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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Sep 02. 2024

책 vs 스레드, 텍스트 소비의 새로운 방식

젠지세대가 선택한 텍스트

책을 보면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다니! 와 같은 감탄사를 떠올린 적은 손에 꼽는다.

내 기억엔 어릴 적 노빈손 시리즈 혹은 그리스로마신화 정도를 읽을 때 그랬다.

지금도 책을 나름 많이 읽는 편이긴 하지만, 그건 절대 책을 읽는 게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이 지나가버릴 정도로 재밌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책은 재미있지만, 솔직하게 책 보다 재밌는 것을 꼽으라면 손가락 다섯 개로는 어림도 없다.


그런 내가 요즘 텍스트를 읽으며, 시간을 순삭하게 되는 때가 있다.

어플 스레드 Thread 이야기다.


같은 텍스트인데 왜 책은 두 시간만 읽어도 피로해지고, 스레드는 몇 시간이고 스크롤을 내리며 글을 읽게 될까?

읽다 보면 '세상에 벌서 시간이 이렇게나!' 같은 생각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 같은 '읽기'인데 왜 책은 내 시간을 정상화시키고, 스레드는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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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스레드의 글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책은 장기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한 페이지에서 다음 페이지로 이어지는 긴 호흡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책을 펼치고 처음 가졌던 궁금증은, 사실 책 중간 어디쯤에선 희미해지거나 소실된다. 

어지간한 필력이 아니고서야 초반의 집중력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끌어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반면 스레드의 글은 짧고 간결하다. 

한 번의 스크롤도 채 되지 않는 분량의 글에서 완결된 생각을 읽거나, 누군가의 경험을 알게 된다.

또 다음 스크롤엔 전혀 다른 주제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며, 이 즉각적인 구조는 독자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짧은 텍스트는 몹시 영리한 방식으로, 집중력을 오래도록 붙잡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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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방식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책은 나와의 시간이라면, 스레드는 갑자기 현대인의 고질병인 외로움을 잠시나마 해소해 주는 듯하다.

책은 본질적으로 혼자만의 경험일 수 박에 없다. 

물론 작가의 생각을 읽고 따라가게 되지만, 그 과정은 여전히 일방적이다.

반면 스레드는 쌍방이다. 

즉각적으로 글을 쓴 사람과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댓글을 달면, 바로 답글을 받는 재빠른 피드백은, 책을 읽으면서는 느끼기 어려운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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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양과 속도 역시 다르다.

책은 깊이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한꺼번에 내 안에 들어온다. 아니, 들어오려 한다.

그러다 보니 소화해 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스레드의 정보는 짧고 단편적이다. 간결한 문장 구성은 두뇌에 큰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곧바로 다음 정보를 향해 갈 수 있는 이 과정이,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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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고 보니 스레드는 참 무서운 어플이다.

현대인들의 필요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파악해, 집요하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메타가 만들었으니 당연한 수순일까?


스레드는 현대인의 집중력 패턴에 완벽하게 맞춰져 있다. 정보가 빠르고 간결하게 제공되며, 한 순간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는다.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하거나, 몰입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사유하고 집중하는 과정이 없으니 지치지 않고 소비할 있음이 당연하다.

느린 속도의 지적 몰입이 주는 만족감은, 짧고 간결한 문장이 제공하는 즉각적 보상에 비하면 효율적이지 못하기에 젠지세대의 선택을 받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책은 펼치기에 앞서 천천히 그러나 깊이 몰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반면 스레드는 언제든 어플을 누르고 스크롤을 내리면, 즉각적인 연결성과 상호작용을 제공해 준다.

스레드는 마치 전 국민 단톡방 같다는 어느 스레드 유저의 후기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건 젠지세대의 새로운 독서법인지도 모른다는, 어느 평론가의 생각에 나도 어렴풋이 동의한다.

집중의 시간이, 그리고 소통 방식이 달라졌음을 받아들여야지.


+스레드가 재밌는 걸 보니, 나도 젠지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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