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2 워라밸_정부기관 대변인실 기간제근무 후기

'진짜' 기상청 사람들의 이야기

by Gabi깨비


출처 : 픽사베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기간제 근로자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뒤덮었던 시절. 취업 준비생이었던 나에게 그 시기는 특히 더 가혹했다. 코트라에서 했던 업무를 연계해서 한 협회에 취업을 하였으나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퇴사를 하였다. 서울을 떠나 고향집으로 내려와 취업준비를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기숙생활을 하며 독립적으로 밖에 나가 살다가, 머리 큰 성인이 되어서 북적북적한 집에 돌아와 보니 하루하루가 치열했다. 매일 가족들과 티격태격, 치고 박는 예민한 쌈닭처럼 살았다.


그래도 다행히 어머니 연줄 찬스로, 지인 분이 운영하셨던 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게 되었다. 덕분에 생활비를 벌면서 취업준비를 병행할 수 있었지만, 취업 준비를 고향집에서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은 남들이 나에게 주는 고통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주는 가혹한 스트레스였다.


계속되는 취업난에 부모님은 공무원공부도 권유했다. 근데 참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한다. 누가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진다. 남이 깔아준 그 길은 어쩜 그렇게 하기가 싫을까. 진심으로 본인이 스스로 '내가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 이상 절대 안 하게 된다.

출처 : 나라일터 홈페이지

도서관에서 토익공부하고, 저녁에는 고등학생 영어수업을 하며 이도저도 아닌 삶을 살 때 한줄기 빛이 찾아왔다. 9급, 7급 공무원시험 연달아 합격했던 친구가 '나라일터'라는 곳을 추천해 줬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기간제 근로자 일을 하면 업무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고, 또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취업준비하면서 일해보는 건 어때"라고 물었다. 친구말을 따라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국가기관 기상청 대변인실 기간제 근로자 공고가 눈에 띄었다. 더 놀라운 건, 운명처럼 이걸 추천해 준 친구도 다름 아닌 대변인실에 근무를 했었다.


출처 : 픽사베이

대변인실이란? 정부기관 면접은 어떻게 진행할까?

대변인실은 청와대 대변인실 생각하면 쉽다. 한 부처의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핵심 부서이며, 민감한 정보와 여론을 다루는 곳이다. 정부부처의 대변인실은 브리핑, 보도자료, 언론응대를 주로 다뤄서, 부처 내에서도 꽤나 파급력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 뭐라도 한번 배워보자"라는 마음으로 지원을 했다. 면접은 전문적인 외부 평가 위원이 진행했다. 기상청 직원분은 참관만 했다. 아마 공정한 선발을 위해 외부 면접위원 제도를 활용한 듯했다.


KOTRA 공기업에서 일했던 점을 어필했고, 또 취준생이기 때문에 기간제 업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해다. 최종 합격 후 10개월의 임기의 기간제 근로자가 되었지만, 중간에 다른 회사 입사하게 되면서 실제로는 2021년 6월부터 12월까지 약 7개월의 시간만을 채웠다. (그게 좀 죄송했지만, 새로운 출발을 하는 거 기 때문에 책망보다는 응원을 더 많이 받았다.)



'진짜' 기상청 사람들

기상청업무도 정부기관의 업무이기 때문에 어떤 디테일한 일을 했는지 말을 할 순 없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실제 일하는 근무환경을 옆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왜 우리 엄마 아빠가 그렇게 공무원 공부를 하라고 권했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공무원직급도 여러 가지! 국가직? 지방직?

주변에 공무원친구들이 많은데, 공무원이 아니고서는 국가직, 지방직 이런 개념이 생소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국가직은 '국가 정책 중심'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지방직은 '지역 주민 행정 중심'으로 일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일했던 기상청공무원 보면 딱 국가직의 특징을 다 가졌다.

1) 중앙정부에 소속되어 있고

2) 근무 지역이 전국단위로 순환하며

3) 인사혁신 주관으로 전국단위 시험을 쳐서 들어갈 수 있다.

4) 세무직, 통계직, 외무직 등 특수 직렬이 포함되어 있고

5) 조직이 크고 지방으로 발령근무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지방직 공무원은

1)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되어 있고

2) 해당지역 내 이동을 하며

3) 지자체 시험을 들어가서 업무를 할 수 있다.

4) 행정직, 사회복지 등 실무 중심의 업무를 수행하고

5) 지역 내에서 순환 근무를 한다.


국가직 / 지방직 어떤 게 더 좋다 단정 짓기보단, 어떤 게 본인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더 잘 맞는지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주변에 국가직 공무원, 지방직 공무원 모두 다 있는데 다 각자만의 고민과 장단점이 있다.


국가직 공무원 하는 친구들은 진급하려면 세종 가야 하고, 어느 지방으로 발령될지 벌벌 떨고, 업무량이 많아 보인다. 공무원이라고 다 꿀 빠는 거 아니란 걸 친구들을 보면서 느꼈다.


지방직 공무원은 순환근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데, 사람 스트레스가 많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대가리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수장이 꼰대다, 그러면 그 사람을 보좌하는 조직문화자체도 꼰대화가 되면서, 헬게이트 열린다.


출처 : 픽사베이


워라밸 끝판왕, 공무원 복지

공무원 복지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연 '유연근무제도'였다. 기간제 근로자도 공무원과 똑같은 복지는 아니지만, 그 복지 시스템은 누릴 수 있었다. '유연근무제도'는 근무형태를 본인이 맞춰서 '조절'할 수 있다. 기본이 9 to 6라면 공무원은 자기 상황에 맞게 근무를 짤 수 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은행 볼 일이 생겼다? 조퇴가 필요하다? 놀러 가야 한다? 하면 평소에 30분-1시간씩 더 일하고, 그 누적시간만큼 원하는 조기 퇴근이 가능하다.


나는 월~목까지 8 to 6, 하루 1시간 더 근무를 하고, 금요일에 4시간 일찍 조퇴한 적도 있다. 기안만 미리 잘 올리고 승인받으면 된다. 물론 무단으로 "오늘 늦잠을 자서요" 이런 식으로 쓰는 건 안 된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면 피 같은 연차를 은행볼일 따위에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정말 최고의 장점이다. 보통 일주일단위, 한 달 단위로 본인의 근무계획표를 정리하는데, 진짜 어디에서도 쉽게 누릴 수 없는 복지인 것 같다.


하…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꿈도 꿀 수 없다. 유연근무제도가 공직생산성을 향상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연한 근무형태를 공무원이 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하는데 진짜 삶의 질을 높이는 거 맞다. 그 외 더 다양한 복지제도가 있지만, 다른 회사와 압도적인 피지컬로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 중에 하나는 '유연근무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왜 여자에게 최고의 직장이 공무원이라는 것인지, 나이가 들면서,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가임기 여성이 되어보니 피부로 느껴졌다. 내가 기간제 근로자로 뽑힌 것도, 실제로 육아휴직으로 떠난 직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본인이 육아휴직을 가더라도 그 뒤에 누군가 채워줄 사람이 있고, 또 그런 걸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국가기관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특히 '기혼'상태에서 취업시장에 내던져지면 무조건 묻는 질문. "애기는 언제 가질 예정이에요?" 임신해서 휴직을 쓰게 되면, 남은 일들을 몰아 받게 되는 팀원에게도 민폐 끼칠까 봐 눈치 보고, 또 복귀해서도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까 봐 눈치 보고. 눈치 볼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 때문에 임신이 망설여지는 여자들도 많을 거고. 또 임신 및 육아 때문에 휴직/복귀를 망설여지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일단 나부터 그렇다. 그럴 때 공무원으로 일하는 여자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부럽다.


출산-육아-유연근무-복지 등등 사회생활과 가족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실하니까. 가족 중심적인 삶을 원하면서도, 일정한 수입과 안정을 원한다면 "공무원 최고"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이제는 알겠다.

왜 우리 엄마 아빠가 공무원공부를 그렇게 하라고~ 하라고~ 했는지 직접 기간제근로자 일하면서 깨달았다.


공무원은 정말로 나에게 맞았을까?

하지만 공무원 자체도 너무나 좋은 일자리다.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성과'와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오는 구조가 더 잘 맞았다. 그리고 그 피드백은 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기관은 결정도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건 좀 더 효율적으로 바꿔도 되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될 것 같은데 이게 왜 안 받아들여지지?" 싶은 것들을 라고 물어보면 “위에서 안된대요” 한 마디면 끝이다.


그게 답답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는 느낌.

벽에 부딪히는 느낌.

누군가에겐 그게 안정이겠지만, 나에겐 답답함이었다.


공무원의 업무, 진짜 쉬울까? 어떨까?

어떤 업무를 했다고 디테일하게 말하면 또 기밀유지에 위반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그래도 전체적인 업무에 대한 소감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기관 기간제 근로자로서 맡았던 업무자체는 정형적이고 매뉴얼이 있었다. 출장도 다녀왔다. 무려 '제주도 기상청 출장근무'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한창 기상청 사람들 드라마 촬영 준비를 하고 있을 때여서, 작가들이 실제 기상청 업무를 고증하기 위해 업무 서포트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 업무 누가 쉽다고 했는가. 절대 쉽지 않다. 물론 기간제 근로자가 하는 일은 단순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분들의 업무는 치열하고 꼼꼼했다. "컨펌의 컨펌의 컨펌"의 연속이다. 오탈자 하나, 실수 하나 용납하지 않는다.


공무직 분들도 여기서 정부기관에도 있구나 했다. 공무원 합격한 친구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공무직이다. 진짜 힘들게 공부해서 공무원 됐는데 공무직의 존재를 알고 나서 좀 현타가 왔다고 한다.


왜냐하면 공무원은 힘들게 시험 쳐서 들어와서, 순환근무 돌고, 지방 발령도 나고, 진급하려면 세종도 가야 하는데.. 반면에 공무직은?

1) 근무지 고정

2) 호봉제

3) 공무원 복지 그대로

공무직도 아무나 뽑는 게 아니다.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인정받고, 관련 분야의 경력이 있어야 된다. 다른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운 좋게 본인과 관련된 공무직을 모집이 돼서 이직된다면 그것도 정말 행운일 것 같다.


대변인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

기상청이기 때문에 대민업무도 많다. 내가 있었던 대변인실은 언론과 소통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대민업무를 직접적인 하지는 않지만, 그 와중에 꼭 여기로 직통번호로 전화를 해서 날씨가 왜 이러냐고 전화 오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일본 쪽에서 태풍이 오니 모두들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마음 따듯 조언핑이 있는가 하면은. 또 자기 집 앞에서 고추 말려야 하는데 비 안 오나요? 이렇게 물어보는 고추핑도 있다. 진짜로, 국가직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상대하는 일이구나 싶었다. 모든 사람의 니즈를 완벽하게 하나하나 대응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그릇은 필요해 보였다.


돌이켜 보면

그저 어느 한 정부기관의 '기간제 근로자'로 일했던 것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커리어 방점을 찍은 것 같다. 공무원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다. 절대 쉬운일도 아니었고, 또 듣던대로 워라밸은 정말 좋았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지금 돌이켜생각해보면 너무 그리운 복지중 하나이다. 내 상사가 국가이고, 고객이 국민이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도 옆에서 배운 게 많았다. 대한민국 공무원들 참 고생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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