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1 워라밸_공기업 KOTRA 인턴 후기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의 실체는?

by Gabi깨비


신(神)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공무원과 같은 복지를 누릴 수 있고, 동시에 사기업 못지않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좋은 커리어 키워드는 다 가지고 있는 공기업이다. 코트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청년인턴을 모집하니, 공기업을 지망하는 대학생이라면 꼭 인턴에 도전하는 걸추천한다.


확실히 공기업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서 흔한 직장인들이 풍기는 '이직'냄새는 맡기가 힘들다. 물론 신입 직장인이라면 공기업이라도 고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회사가 본인과 잘 맞다면, 오래 이직생각 없이 잘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공기업에 다닌다고 하면 '신분'도 확실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공기업에서 생애 첫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냥 구두로만 "월수금 9시부터 12시까지 알바"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계약서'로 묶인 오피셜한 사회의 첫발이었다. 코트라에서 인턴으로서 다녔던 시간은 겨우 5개월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기업의 분위기, 온도, 습도를 파악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출근하면서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풀어보려고 한다. 공기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한번 재미 삼아 읽어보길 바란다.


출처 : 픽사베이

Q. 공기업이란 다른 기업과 뭐가 다를까?

공기업계에 '삼성'이라고 불렸던 코트라는 어문계열 전공자인 나에겐 꿈같은 직장이었다. 그런데 막상 입사 전까지, 정확히 뭐 하는 회사인지는 몰랐다. 사기업과 공공기관의 그 중간쯤 되는 느낌?으로 워라밸 좋고,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공기업 중에 하나인 곳으로만 알고 있었다.


막상 직접 거기에서 일을 해보니 알게 되었다. 공기업이란 '정부'가 주인이고, 국민을 위해 중요한 사업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곳이다. 회사처럼 운영되지만 정부지분이 50% 이상이다. 쉽게 말해서, '정부가 운영하는 회사'다. 예를 들어 전기나 석유처럼 국민의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수익창출보단 안정적인 공급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가 있는 것이다. 또 민간 기업이 하기 힘든 해외무역진흥(코트라), 에너지개발 같은 국가 차원의 사업도 공기업이 맡는다.


특히 금융계 공기업은 초봉도 높고 경쟁률이 치열하다. 흔히 연봉 높고 워라밸 좋은 신의 직장을 가진다는 회사가 바로 이런 금융계공기업이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투자공사 등 이름만 들어도 네임벨류가 느껴지는 공기업이 다양하게 있다. 이런 곳에 일하고 싶다면 상경계열 전공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코트라는 무역진흥을 담당하기 때문에 경제논술 시험을 본다. 이런 금융계는 경제논술시험, 영어에세이 등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곳이다. 그러니! 이런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을 다니고 싶다면 상경계열 전공을 꼭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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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성향의 사람이 공기업에 맞을까?

1. J성향의 사람

공기업은 정부가 운영하는 사업체인 만큼, 모든 일에 정해진 매뉴얼이 있다. 또 지켜야 하는 법률과 제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적인 J성향의 사람이 공기업 업무를 편하게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자연재해 발생으로 배가 못 떠서 물류가 지연된다던지, 이런 일을 제외하고는 특별하게 예측범위에서 벗어나는 돌발적인 업무는 없었다. 돌발상황, 예외상황은 사기업에서 더 많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처음에 내부 시스템(CRM, ERP 등)에 적응하는데 헤맸지만, 익숙해지니 안정감을 찾고 능숙하게 감을 잡았다.


2.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

정해진 룰을 따르고, 체계에 순응하는 게 편한 사람이라면 공기업과 잘 맞는다. 나도 업무 자체는 잘 맞았는데,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는 걸 인턴 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룰을 따르는 것보다 '내가 한 성과'에 대한 인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공기업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성과보다는 절차와 체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기 때문에, 인정은 '룰'과 '체계'가 존재하는 세계선에서만 이룰 수 있었다. 약간의 반골(反骨) 기질이 있었던 나는 성격적으로 공기업과 안 맞는 부분도 있구나를 깨달았다. (하지만 명예욕이 있기 때문에 막상 진짜 입사했으면 충견이 되었을 수도?ㅎ)


3. 민원에 강하고 공공업무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

공기업 업무의 본질은 대민업무, 대민서비스이다. 흔한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아니다. 좋은 물건을 고객에게 파는 게 사기업이라면, 공기업은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느낌에 더 가깝다. 사기업은 매출액이 경영평가의 근본이라면, 공기업은 코트라를 예를 들면 기업들의 '해외수출액'이 경영평가의 중요한 KPI가 된다. 딱 들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느낌이 들지 않은가. 이런 공공적 가치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공기업에서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사기업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데 비해, 공기업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 그 자금결제를 위해 업무를 위한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 특히 서류 업무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모든 프로세스를 공문화해야 하고, 외부에 보내는 메일은 사전컨펌이 돼야 하며 외부의 눈을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그래서 민원업무를 유연하게 처리하고 공공업무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도덕적 가치가 높은 사람이라면 공기업에 정말 잘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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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사람에겐 공기업이 안 맞을까?

1. 성과 중심적 & 루틴 업무 싫어하는 사람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데, 공기업은 정해진 업무범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존에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곳으로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번뜩이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걸 실제로 채택되기까지의 절차가 너무 많다. 본인이 창의적이고 성과를 인정해 주는 걸 좋아한다면 사기업으로 가는 게 맞다. 공기업은 창의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원하는 곳이 아니라, 성실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을 원한다. 작은 영수증 하나 처리도 프로세스가 많다. 특히 서무담당하시는 분들은 스트레스 많을 것이다.


2. 조직위계, 상명하복 안 좋아하는 사람

공기업은 정부의 영향력이 큰 만큼 상명하복이 강하다. 공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인데... 팀장급들은 거의 의전. 의전. 의전이다. 고위직에 가까워질수록 의전위주로 활동한다. 팀장님의 의전이 많으면 뭐다? 밑에 실무자들이 챙기고 준비해야 하는 일도 많다. 실무 담당한 지 너무 오래돼서 실전감각을 까먹은 고위직들이 가끔은 무리수를 던질 때도 있다. 고위직이 "이 정도면 우리 직원들이 잘할 수 있겠지? 어디 한번 해봐" 한다. 그러면 까라면 까고, 하라면 해야 한다. "왜요? 이걸 왜 해요?" 감히 말할 수 없는 분위기다.


3. 자주 바뀌는 직무에 스트레스받는 사람

공기업은 대부분 2-3년 단위로 직무 순환이 이뤄진다. 비리가 생기지 않게 하려는 노력 중 하나다. 공공 업무를 하는 사람이 변치 않고 오래 해서 고이다 보면은 비리도 너무 쉽게 생길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순환근무를 장려한다. 특히 코트라는 해외파견이 많다. 전 세계 어디로 갈 수 있고, 스위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도 있지만 열악한 나라에도 파견된다. 평생 솔로로 사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직장일 수 있지만, 아이가 있는 여성직원분들은 이런 파견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남성직원 같은 경우에는 가족들이 잘 따라가지만, 여성직원의 가족은 가족 전체가 다 같이 가기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직원 퇴사율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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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도대체 어떤 업무를 하게 될까?

-입찰, 회계 등 '공적' 업무

처음으로 '입찰'이라는 개념을 배웠다. 사기업에선 견적 받고 회사내부 결재 통해서 업체를 선정하면 쉬운 일이다. 하지만 공기업에서 '예산사용'이 공정해야 한다. '돈'관련된 일이라면 정말 철저하게 그 예산이 잘 쓰여있는지 심사를 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입찰이다. 되게 사소한 것도 입찰을 하는 게 신기했다. 공적인 업무의 무거움을 그 일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전화업무를 할 때 발신자 번호가 표시되어 있는 전화기로 바뀌면 얼마나 전화응대 하는데 편하고 좋을까 생각도 했다. 매번 call back 이 필요할 때마다 번호를 받아 적는 것도 뻘쭘했다. 그런데 또 공기업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 전화기를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절차가 많이 필요할지.. 아찔했다.


- 대민업무, 고통스러움과 보람참의 그 사이

공기업 업무의 본질은 '대민'서비스다. 그리고 꼭 민원에는 진상민원이 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놈이 있다. 일단 내가 유선상 목소리로 딱 '어리고 업무에 미숙한 인턴'이라는 게 티 났다는 이유로, 왜 업무에 미숙하냐며 화를 엄청 냈다. 너무너무 화가 나서 부들부들거렸지만, 사람에게 쉽게 화내는 사람은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라고 위로해 준 인턴동기언니의 말에 힘입어 잘 넘겼다.


하지만 이런 빌런들 사이에도 천사는 존재한다.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인사하시는 분들 보면 되게 뭔가 뭉클하고 보람을 느낀다. 인턴이지만 대상자모집, 선정, 입찰을 거쳐서 실제로 전시회를 진행하고 간담회를 한다. 이 일의 전체 Process 윤곽이 눈으로 딱 보이기 때문에 보람이 엄청났다. 코트라 인턴후기를 보면 생각보다 인턴치고 일을 많이 배운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진짜다. 고통스럽지만 보람차기도 한 대민업무. 그대는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Q. 공기업 분위기는 어떨까?

- '배운' 사람들

일단 모든 직원분들이 엘리트 코스를 밟고 온 사람들이라 '배운'사람이란 게 티가 난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기업만의 시험을 치르고 신입채용을 하는 걸로 아는데, 치열한 선별과정을 뚫고 온 사람들이라 역시는 역시였다. 특히 공직자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는 성추행 같은 추문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엄청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혹시 괜히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봐 인턴들에게 커피타오라던지 이런 잡일도 안 시켰다. 그래서 커피를 '사 오는' 일은 해봤어도, 커피를 '타는'일은 해보지 않았다.


-공기업도 부러운 직업이 있다

신의 직장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게 있었다. 바로 공기업 산하기관의 고위공무원이 되는 것. 하하하. 역시 천상계 위에 또 천상계가 있는 걸까. 내가 선배님들께 제일 많이 들었던 거는 공부 더 열심히 해서 고위공무원되라는 소리였다. 역시 신의 직장 공기업한다마는 공기업 다니는 사람조차 부러운 직업이 있다니.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 사람 중심의 워라밸 문화

사람들 일처리가 똑 부러진다. 본인만의 시간, 즉 워라밸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확 받았다. 가령 직원이 들어야 하는 '세미나'가 있다고 하면은 개인의 시간을 뺏지 않고 존중해 주는 선에서 한다.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케이터링을 한다던지 직원의 시간을 배려해 준다. 회식을 하더라도 드라마에서 나오는 막가파 회식은 강요하지 않는다. 회사 내부에서 팀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해서 다양한 이벤트도 하는데, 다 재밌었다. 이벤트나 행사가 정말 많았고 인턴도 정직원처럼 참여하게 해 줘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모두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었다. 그 점이 참 좋았다. 사람을 존중해 주는 훌륭하고 따뜻한 사람들, 본받을 만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거. 그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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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부.바.부

이건 진짜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꿀팁인데. 분위기 좋은 부서와 분위기 안 좋은 부서는 딱 이걸로 갈린다. '정직원과 공무직 직원과 사이'가 좋냐 좋지 않냐의 차이다. 사기업에선 공무직이란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에 일단 공무직이 무엇이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을 해주겠다. 정직원은 공채시험을 통해서 들어온 직원이다. 반면 공무직은 경력직 위주로 선발해 무기계약직 형태로 채용되고, 부서는 고정되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공무직 직원은 그 부서의 '터줏대감'이다. 그리고 공기업은 공무직도 엄청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선발한다. 오랫동안 그 부서에 한 업무만 담당했기 때문에, 한낱 인턴이 보더라도 공무직/정직원의 편 가르기는 사실 의미 없다. 서로가 서로 도와주면 되는 일이다. 새로 들어오는 정직원은 공무직 직원에게 일 열심히 배우고, 존중해 주면 그 팀은 분위기 좋은 팀이 된다. 그런데 만약 정직원이 그 특유의 '성골부심'으로 공무직 직원을 하대하고 사이가 안 좋다? 그러면 이제 그 팀은 인턴조차 눈치 보는 최악의 팀이 된다.


이야기를 마치며

공기업은 정말 개인적으로 많이 미련이 남는 기업이다.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곳. 정부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마냥 편한 일도 아니며 찐 전문성도 필요하다. 대기업의 틀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만의 성취 및 전문성도 기를 수 있다고 느꼈다. 만약 내가 이과 복수전공이 아닌 상경계열을 택했다면 죽어라 NCS, 논술 공부해서 공기업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했을 텐데. 내 사주에 이런 나랏일을 하면 정말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는데. 많이 아쉽다. 아쉽지만 또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와 잘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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