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손가락은 지금, 이 순간도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세상이 얼마나 궁금한지 작고 앙증맞은 손가락은 지금, 이 순간도 쉴 새 없이 움직이네요.
사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10개월간 옆에서 지켜보며 기쁨과 환희의 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대한민국 출산 문화에는 아직도 바뀌어야 할 부분도 많았습니다.
‘후다닥 신생아실 직행 말고, 아가를 내가 직접 받아 볼 수 없을까?’
‘제왕절개, 촉진제, 회음부 절개, 관장 권유하며 정신없는 빨리빨리 시술 말고 일생에 몇 번 없을 출산을 좀 더 편안하게 할 수는 없을까?
‘처음 보는 의료진들이 우르르 왔다 갔다 동물원 구경하듯 진을 치고 있는 그런 낯선 곳에서만 나아야 하는가?’
‘사실 저희가 뭐 서비스직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던 모 산부인과 원장
임산부를 보고도 모르는 척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지하철 임산부석의 사람들
제왕 절개 율이 다른 곳 대비 유독 높은 수상한 산부인과
무통 주사, 관장약, 촉진제 등을 자연스럽게 투여하는 출산 문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남편이 아내의 출산 장면을 직접 보면 트라우마가 될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예전에 무심코 들었을 때는 ‘뭐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제가 결혼을 하고 아내의 10개월을 옆에서 가까이 본 결과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출산의 고통을 감수하고,
주목받던 커리어를 멈추고 무대에서 잠시 내려와야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먼 길을 홀로 이겨내야 하는 그 고통에 비하면
누군가에게 적나라할 수도 있는 출산 장면은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오늘 출산을 경험하고 좋았던 점은
1. 수중 분만은 실제로 자연 무통 효과가 있었습니다.
2. 호흡법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진통의 절반은 줄일 수 있었고요,
3. 남편이 내내 옆에서 같이 운동하고, 호흡하니 아내는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을 찾았습니다.
4. 후처치 과정에서도 남편이 옆에서 아기를 캥거루 케어 하고 말을 걸어주니 아내도 웃으며 출산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절대 엄마 혼자 하면 안 돼요.
편지 한 통 오지 않는 군 생활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배속의 절반은 나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엄마 혼자 그 모든 걸 짊어지면 그것은 너무 가혹하잖아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견뎌준 지금 이 순간 아가와 함께 곤히 잠이 든 아내에게 모든 공을 돌립니다.
“아가야, 이 세상은 모두가 너의 작은 숨소리를 반기고 있단다.
늘 감사함을 잊지 않고,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과 같이 빛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