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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

by 순임이 Mar 26. 2025


스텐바트 두 개에 썰어놓은 양파가 가득 담겨있다. 홀에서 쓸 양파다.

뚜껑을 닫아서 홀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데 뚜껑이 죄다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랩포장을 해서 바트 하나를 냉장고에 넣고 다른 하나도 랩포장을 하려고 랩을 쭉 뽑아서 바트 전체를 막 감싸려던 찰나 손님이 불렀다. 오더에서 결제에러가 났나 보다.

하던 걸 멈추고 테이블로 달려가 그걸 잠시 해결하는 사이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충 들어도 알겠다.

바트뚜껑을 덮지 않고  랩을 쓴다고 역정을 내는 게 분명하다.


주문해결을 하고 돌아와 보니  이미 상황은 끝나있었다.  길게 뽑힌 랩은 제멋대로 널브러져 있고 남은 바트 하나는  뚜껑이 닫혀서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다. 어디서 찾아냈는지 몰라도 뚜껑 하나가 요행 시어머니 눈에 뜨였나 보다. 하나가 더 있었으면 내가 처음에 랩핑 해놓은 저 바트의 랩도 아마 죄다 벗겨놨을 텐데.



시어머는 아무 일 없는 듯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기다란 혀처럼 뽑혀 나와 잔뜩 구겨져있는 랩이 눈꼴사나워 가위로 싹둑 잘라 쓰레기통에 버렸다.








잠시 손님이 몰리고 정신없이 일하는 사이 시어머니 퇴근시간이 되었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었는지 퇴근준비를 마친 시어머니 뒷주방에서 나왔다.


"이따 퇴근할 때 밥 남은 거 있으면 바트 큰 데다 모아놓고 뚜껑 덮어놔. 랩 자꾸 씌우지 말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휑하니 나가버리는 셤니.

무슨 대단한 얘기인가 경청하고 있던 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매일 다른 출근룩을 선보이는 셤니 오늘의 패션은 꽝이었다. 어두운 자주색계열의 코트가 전혀 어울리지 않다. 


"네. 들어가세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랩 씌우지 말라며 쏘아붙이듯이 내뱉던 그 말투와 싸늘한 표정 맴 돈다.




(주저리주저리 길게 썼다가 반은 지워버린 글ㅠ

내가 지금 이런 글이나 쓰고 있을 때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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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고부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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