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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동별곡 Dec 05. 2018

예술가와 동네 주민을 잇는 사람들

[프로젝트 기록팀] '김종훈+남서연' 인터뷰


성동별곡 프로젝트 팀들이 모일 때마다 언제나 뒤에서 슬쩍, 카메라를 집어 드는 사람이 있다. 자칭 타칭 ‘빠박 김작가’로 불리는 김종훈 작가는 성동별곡 프로젝트의 면면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사실상 다양한 모든 성동별곡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셈이 되었다. 스튜디오 제이에서 만난 김종훈 작가는 무심한 듯 다정하게 사람들과 주변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깜빡이는 카메라의 빨간 불빛처럼 호기심의 레이더를 세우는 사람이었다. 김종훈 작가는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 스튜디오 제이의 식구, 컬처팟 남서연 대표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작업 중인 빠박 김종훈 작가 @스튜디오 제이
성수동 탐사단 '마을기획 발표하는 날'을 취재 중인 남서연 대표 @성수동 어딘가



성동별곡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


김종훈 작가(이하 ‘김’)

내가 먼저 성동문화재단에 전화를 했다. 어떤 목적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니고, 내가 사는 지역 사회에 내가 가진 재능으로 뭔가 해볼 만한 일이 없을까 해서 연락을 했다. 스튜디오 제이가 있는 이 성동구의 동네에는 뭔가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이 동네를 기반으로 문화기획을 하고 싶었고, 남서연 대표와 함께 문화기획팀 ‘컬쳐팟’을 만들게 되었다. 성동문화재단에서 하는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많아서 더 적극적으로 먼저 제안했던 것도 있다. 그러다가 이 ‘성동별곡’이라는 프로젝트의 영상팀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원래도 나는 사진이랑 영상을 했었으니까.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다.



성동별곡 영상 프로젝트에 대하여


나름대로 ‘작가’로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영상 기록은 아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것들이 담긴 나만의 시선으로 편집을 할 생각이다. 성동별곡의 기록 영상이라기보다는, 성동별곡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또 다른 하나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스튜디오 제이에 대하여


우리는 사진과 영상, 인테리어, 문화기획을 하는 팀이다. 문화기획을 담당하는 분이 바로 남서연 대표다.


남서연 대표(이하 ‘남’) 

문화기획자라는 말은 좀 과한 것 같다. 그냥 문화 예술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대표로 있는 컬처팟이라는 회사는 사실 스튜디오 제이와는 분리되어있지만, 네트워크 그룹처럼 함께 일하고 있다. 성동별곡 프로그램 자체가 지역 예술인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김 작가가 성동별곡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나도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참여하기로 했다. 주로 촬영 서포트인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물 사진을 많이 찍었다. 주로 배우들이나 가수들. 찍은 사진들로 전시도 했다. 사진 전공을 하고 20년 넘게 사진을 찍고 있다. 길고양이들을 찍은 사진집도 냈다. 그때 길고양이들을 많이 구조했다. 잡지 ‘빅이슈’에서도 7년 동안 사진을 찍었다. 요청이 오면 찍은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 인터뷰 취재도 가고 한다. 빅이슈에서 만난 인연으로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사진 찍는 법도 알려주고 있다. 빅이슈 판매원으로 있었던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중 한 분은 광화문에서 ‘희망 사진관’을 하고 있다. 사진을 계속 배우고 싶어 하셔서, 3년째 만나고 있다. 스튜디오 제이 안에서도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말 다양한 전공과 나이의 사람들이 온다. 대학생부터 예술가들, 기업 대표까지, 12명 정도가 수업을 들었다. 12월에 여기(스튜디오 제이)에서 전시회를 할 생각이다. 교육에는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교육비로 가끔씩 고양이 사료를 받기는 한다. (웃음) 그래서 길고양이들에게 나눠준다. 스튜디오 운영비를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프긴 한데, 어쩌겠나.


수입은 광고 사진, 상업 사진에서 얻는다. 나는 주로 프로필 사진, 제품이나 광고에 쓰일 사진을 찍는다. 다른 작가들도 인테리어를 한다던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상업적 활동을 한다. 그렇게 돈을 벌어서 또 사진 교육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기억에 남는 건 ‘장수 희망 사진’ 프로젝트다. 독거노인분들이나 요양원, 시설 등에 계시는 분들의 사진을 찍어드렸다. 2015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이옥선 할머니를 따라 중국으로 취재를 다녀오기도 했다. 2017년에는 노르웨이로 홈리스 월드컵 취재도 다녀왔고. 2014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스텝들의 프로필 사진을 전부 무료로 찍어준 적이 있었다. 주로 교육이나 봉사 쪽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김 작가는 눈에 밟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뭐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상업적으로 돈 벌려고 했으면 더 벌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걸 애초부터 못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손수 만든 공간인지라 소품 하나하나에도 애착이 많다. 섬세한 빠박 김종훈 작가 @스튜디오 제이



함께 일하게 된 계기


나는 예전부터 시각 장애가 있는 분들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디오북을 녹음하는 재능 기부를 하고 싶었다. 마케팅 쪽에서 오래 몸담고 일했지만, 원래는 춤을 전공해서 그런지 예술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게 2010년이었는데, 그때는 오디오북이라는 게 지금처럼 잘 알려지지 않아서 일을 찾기가 힘들었다. 최근에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SNS에 글을 올렸다가 김 작가와 연락이 되었다. 김 작가와는 독립 영화 촬영장에서 이미 본 적이 있었던 사이였다. 그전에는 막연한 계획만 있었는데, 문화 예술을 통해 봉사를 많이 해 본 김 작가와 함께 일하면서 옆에서 많이 배웠다. 그렇게 해서 컬처팟이라는 회사를 만들게 되었고, 김 작가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는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목소리 더빙 독서놀이’를 진행했다. 길이가 짧은 책 한 권을 아이들이 나눠서 읽는 연습을 하고 녹음을 해서 오디오북을 완성했다. 녹음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오디오북 녹음 봉사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된 것 같다. 오디오북은 생각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사업이라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 볼 생각이다. 김 작가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도 계속 기획하고 있다.





빠박 김종훈 작가는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다 말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그만큼 부지런히 달려왔고,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사진과 영상을 계속 찍어왔지만, 문화 예술로 하는 모든 일에 관심이 많은 김 작가는 남 대표와 함께 또 다른 신나는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 작가가 하는 모든 일에는 남 대표가 말했듯, 그 어떤 것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성동별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며 또 다른 추진력을 얻었다는 김종훈 작가의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보글보글 문화솥단지 컬처팟 남서연 대표와 스튜디오 제이의 공동대표 빠박 김종훈 작가 




에디터  임규리

편   집  손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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