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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동별곡 Dec 26. 2018

성동별곡, 제대로 망했다

[성동별곡]  ‘망(Network) 했어 파티’ 취재기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아닥쳤던 12월 7일. 그 어떤 해보다 성수동과 옥수동에 많은 발걸음이 닿았을 것 같은 2018년 끝자락에서, 성동별곡이 잘 ‘망한’ 기념으로 ‘망(Network) 했어 파티’가 열렸다. 뺨이 얼어붙을 듯 차가운 바람을 뚫고 속속들이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이 나오는 반가운 얼굴들. 마을문화잡지 ㅅㅅㅇㅅ 편집팀, 마을탐사 프로젝트 성수동 탐사단과 옥수동 탐사단, 공동창작 프로젝트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 2018년 ‘성동별곡: 우리 동네 성동 사람들과 함께 쓰는 문화의 노래’에 목소리를 모았던 사람들이다. 얼마나 제대로 ‘망했’으면, 그 넓은 카페 전체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박수소리로 꽉 찼었을까. 그날의 이야기를 지금 다시 꺼내보고자 한다.



우리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


행사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준비되어있던 음식과 커피를 즐기며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나누었다. 참여한 사람들의 애정이 듬뿍 담긴 마을문화잡지 ㅅㅅㅇㅅ도 만나볼 수 있었다. 시끌시끌한 와중에 내년에 놀아보고 싶은 동네 지도에 깃발을 꽂는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 사람으로서 각자 나름의 이유와 마음을 담아 다음 동네를 신중하게 뽑았다.  




오후 3시. ‘망했어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성동별곡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이자 마을문화잡지 ㅅㅅㅇㅅ 반장인 이성일님이 진행을 맡았다. 첫 순서는 빠박 김종훈 작가가 만든 성동별곡 프로젝트 기록 영상이었다. 뜨거운 여름 어색하지만 설레는 첫 만남부터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들, 열심히 만든 기획안을 발표하던 떨리는 순간들, 함께 얘기를 하고 동네를 걸었던 순간들이 스크린 위로 지나갔다. 각자의 마음속에는 훨씬 더 많은 순간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김정환 성동문화재단 대표이사님의 축사 후 성동별곡 각 프로젝트들의 대표가 그동안 진행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탐사단의 경우 주민 투표를 통해 심화 기획에 선정된 기획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시작가 이희선님은 떠올리면 울컥해서 눈물이 나는 마을문화잡지 ㅅㅅㅇㅅ의 고맙고 즐거웠던 기억을 꺼냈고, 극연출가 정소원님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찾을 수 있었던 성수동 탐사단의 즐거운 추억을 얘기했다. 한국화가 김민지님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준 옥수동 탐사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성수동 탐사단의 건축가 권경준님은 심화 기획으로 선정된 ‘골목 구경’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낡고 어두운 골목을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밝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에 건축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추진력과 문화기획자의 열정을 쌓아올린 기획안이었다. 옥수동 탐사단의 설치미술가 정기엽님은 ‘옥수동 프로젝트’의 계획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훌륭한 기획안들 사이에서 자신의 기획안이 선택받았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지만, 재개발이 된 옥수동의 오래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와 비디오 아트를 접목한 방식으로 들려주고 싶다는 목표를 말할 때만큼은 프로젝트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보였다.



옥수동을 노래하는 음악극, ‘옥수동 이야기’


2부는 성동별곡 공동창작 프로젝트팀의 음악극 ‘옥수동 이야기’의 공연으로 채워졌다. 음악극 ‘옥수동 이야기’는 옥수동에 책방을 낸 남자와 재개발로 이사하게 된 여자, 그녀의 비혼주의 동거남, 옥수동 토박이 경찰, 그리고 그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고양이가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옥수동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주민기획자로 참여한 ‘어쩌면 사무소’의 장상미님과 ‘옥수책빵(목수책방)’의 전은정님의 옥수동에 얽힌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개인적이고도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하다. 점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깊은 아쉬움과 우리는 여전히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반짝이는 희망이 뒤섞인 음악극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랑비처럼 촉촉이 적셨다. 한 달이라는 빠듯한 시간 동안 대본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연습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공연이었다. 선뜻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 주민기획자들과 한 달 동안 재능과 열정을 쏟아부은 스텝들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먹먹하고도 따뜻한 공연이 끝나고, 망했어 파티도 마지막 순서를 남겨두고 있었다. 성동별곡에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깃발을 꽂은 지도를 보며, 2019년 사업 대상지를 정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발견하고 싶은 보물이 가장 많은 동네로 사근동과 용답동이 각각 6표를 받아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성수동과 옥수동 프로젝트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 선택된 2개의 동에서 진행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했다. 마지막으로 다 함께 모여 사진을 찍으며, 짧고도 길었던 성동별곡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서로서로 어깨에 기대 사진을 찍은 모습이 2018년 성동별곡의 모습을 잘 담아낸 것 같다. 2시간이 훨씬 넘게 진행되었던 행사에도 불구하고 모두 발걸음을 떼기 아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우리 모두 다 같이 잘, 망했다.





에디터  임규리

편   집  손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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