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중국 즉 양안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언급되는 내용이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지리적으로 항공모함(중국을 견제하기 좋은)과도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대만은 정치적인 복잡한 상황을 뒤로 한채 그냥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말 그대로 '정말 떠나기 좋은 곳이었다!' 어디로 떠나냐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중국 해협과 한반도 사이. '고구마 형상의 작은 섬나라' 대만.
대만은 대항해 시절 포르투갈 선원에 의해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그 당시 원주민이 살고 있던 섬을 발견한 선원이 Formosa(포르모사 : 포르투칼어로 '아름다운')라고 해서 지금 대만의 구명칭은 '포르모사'이다.
<자료 출처 :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대만 이야기 편>
이상! 대만의 역사를 조금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봤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길>
나는 여행을 다소 늦게 시작한 편(첫 해외여행이 만 24세)이다. 그래서 20대 시절보다는 30대 시절 여행의 기억이 더 많은 편이다. 그리고 30대의 절반을 대만에서 보냈으니 아마도 내 여행의 7할은 대만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국이 많았던 해는 10번(한국행 2번 포함)이나 된 적도 있다. 한때는 해외에 살면서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이 꿈속에서 또다시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묘한 설렘이었고, 그것이 대만에 머무는 이유가 되기도 했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행을 떠나기 전!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일 중요한 건 아무래도 돈이겠지만 나는'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가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도 돈 없어서 여행 못 간다고 한 사람은 거의 못 봤기 때문이다. 아니, 나처럼 돈 없는 사람도 여행을 다니는 마당에 말이다! 무엇보다 돈은 빌려서라도 해결이 되지만 시간은 빌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간은 참 중요한 것이다!
다행히도 당시의 나는 돈보다는? 시간이 많았다.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우선 통장 잔고를 살펴본다. 그리고 속으로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래! 뭐 이 정도면 괜찮아. 일단 떠나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설득을 한다. 호텔은 꿈도 못 꾸는 한정된 예산이었지만 떠날 수 있는 시간과 이번달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통장 잔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던 철없는 용기! 그저 떠날 수만 있다면 감사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칭 '에어아시아 단골'이다. 가장 저렴하기도 했고 아시아 어느 도시든 있었기 때문이다. 엉덩이가 조금 아픈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비행은 그저 여행을 거들뿐이다.
가까운 거리만큼 저렴한 항공권
그렇다면 '에어아시아'라고 무조건 저렴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항공사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마냥 싸지는 않았다. 정말 싼 이유는 그만큼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제일 먼저 이야기했던 대만의 지리적 위치를 이해해야만 하는데 대만의 위치는 한국 기준으로 동남아를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이 말인 즉 한국에서 6시간 걸리는 거리가 대만에서는 3시간 정도가 절약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항공권 가격도 그만큼 저렴해진다.
<지도를 보면 위로는 홍콩, 아래는 필리핀, 좌측은 베트남, 우측은 한국 일본까지>
가장 가까운 지역은 홍콩과 마카오인데 약 2시간 정도 소요 된다. (중국 상하이도 2시간 거리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그리고 대표적인 동남아 휴양지 필리핀과 베트남도 2시간 반에서 3시간 거리이다.
조금 더 가야 하는 태국의 경우는 4시간이 소요되지만 한국발 비행기처럼 비행기에서 무박을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다음날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하기 좋다고 할까?
게다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이웃 나라 일본도 지역별로 2 ~ 3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다. 시간을 줄어든 만큼 항공권 가격 또한 줄어들었는데 '세부는 11만 원' , '호찌민은 13만 원', '방콕 15만 원'에 다녀온 것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저렴이 항공권들이었다. 물론 왕복 기준이다.
두 번째. 대한민국 국적의 큰 혜택 '무비자 제도'
이건 참 중요하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하루는 대만 친구와 미얀마행 항공권을 알아봤다. 가장 저렴한 항공권은 태국을 경유해야 했기에 나는 이번 기회에 태국도 가보자!라는 심산으로 결제까지 마쳤는데 대만 친구는 고민에 빠졌다. 알고 보니 대만 국적의 사람들은 태국 입국 시 비자 발급(경유도 동일)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결국에 친구는 다소 비싸더라도 직항으로 미얀마 여행을 마치기는 했다. 대신! 나보다 더 빨리 도착하지 않았나? 암튼, 그 일 이후로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감사하게 만들어 주었다.
세 번째. 자유롭게 쉴 수 있는 나의 일터 & 나 홀로의 삶
이게 참 중요하다. 시간도 있어야 하고 떠날 수 있는 여비도 있어야 하겠지만! 마지막으로 구속력이 없는 소위 라이프 스타일까지 삼위일체가 되어야 했다. 물론 난 외국인 노동자 신분이었으니까 놀고먹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대만의 조직 문화는 연차와 휴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한마디로 내가 결정하고 실행하면 되는 것이었다. (시간과 돈만 확보하면 된다!)
그렇게 대만에서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그리고 지금은 내전으로 갈 수 없게 된 미얀마까지 추억의 대부분을 대만에서 쌓았다. 그러다 어떤 날은 해외여행이 살짝 지겨워질 때면 대만 국내 여행(이 또한 나에게는 해외여행 아닌 해외여행)으로 만족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에게 대만에서의 시간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그저 하루하루가 여행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머무르는 것도 여행이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 또한 여행이었으니까
정말이지 자유로웠고 허공을 날고 있는 한 마리 새처럼 아무 생각이 없는 시간조차도 마냥 행복했다. 좋은 사람들, 맛있는 음식도 이곳이 좋은 이유였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시간을 머물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도 한몫했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난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대만에 비해 길어진 여행 거리와 비용이다. 하. 여행을 위해서라도 다시 대만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