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보편적 의미, EPISODE 10.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여행 자체와 과정을 통해서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처음에는 오래전 기억들을 꺼내서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느 순간 회귀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글을 쓰는 시간이 즐거웠고 잠시 잊고 지내던 기억들도 떠 올라 모든 이야기를 담고 싶었지만 다음 여정을 위해 쉼표를 찍어주기로 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처음 떠난 일본 도쿄와 이듬해 나 홀로 시작과 끝을 마무리 한 오사카 그리고 퇴사 후에 해외봉사활동으로 방문한 인도네시아 바뉴왕이. 그리고 애초에 계획했지만 가지는 못 했던 캐나다까지. 배경의 폭은 그리 넓지 않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여행지를 소개하는 글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와 과정에 대한 생각을 옮겨 담았다.
엄밀히 말하면 인도네시아는 여행이 아니라 정말 숨이 헐떡 헐떡 넘어가는 중노동에 가까웠다. 그래서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내 삶에서 가장 큰 영감? 을 줬다는 면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 와는 동질성이 있다. 결국 여행의 목적은 '내가 무엇을 보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깨달았느냐?' 였기 때문이었다.
여행이든 아니든 '일단 떠나라' 떠나면 그게 공부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목적은 이 한 줄로 설명이 되는 것 같다. 감추고 싶은 비밀까지 다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내 삶에서 여행이 곧 공부였기 게 그 과정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더 나아가 이 글을 읽는 이름도 얼굴도 모를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숨기지 않고 공유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글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만, 학교에서
어쩌다, 대만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학교라는 공익적 교육목적이 뚜렷한 공간에서 말이다. 당시 나에게 학교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은 미치도록 특별한 경험이었기에 학생들에게도 이 수업이 특별하게 느껴지길 바랐었다. 그래서 수업의 마지막 날만큼은 시간이 흘러도 좀 더 기억될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이곳 친구들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계속 마주치겠지만, 나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항상 마지막이라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평소에 물어봐도 감춰두었던 '지극히 내 사생활에 관련된 질문?'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진심 어린 이야기가 마지막 수업의 재료였다.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대게 예측 가능한 질문들이었다. 이성 친구 유무, 나이, 그리고 SNS 아이디? 등등.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은 BTS처럼 아이돌 이야기였지만, 간혹 한국 유학에 대해서 진지하게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끝으로 한 학기 동안의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나는 새장과 새장 안에서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새 한 마리가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10여 초 정도 응시하게 했다. 그리고 질문을 했다.
새장 속 새는 지금 안전한가? 그렇다면, 새장 속 새는 행복해 보이는가?
물론 대답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후에 느끼는 생각은 각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면 이게 여러분의 미래가 아니길 바란다고, 지금 내가 여러분들과 이렇게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나는 새 장 속에 있기보다는 넓은 세상을 보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었다.
학생들의 속마음을 일일이 들여다볼 순 없지만 훗날에라도 도전을 머뭇거릴 때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