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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과객(過客)

모험심이 사라진 '여행에 의미' 에 대하여

by 타이완짹슨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준비물은 무엇일까? 이는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항공권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물론 저렴하면 더 좋다! 어차피 구매 필수 품목인데 만원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면 왠지 여행 전부터 승리한 것 같은 흡족함을 느끼며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 때 항공사라고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밖에 없던 나라에 수많은 저가 항공사가 생겨난 이유도, 여행사 광고의 핵심 키워드도 '특가'인 것도 결국 '저렴한 항공권을 싫어할 사람은 없지 않을 테니까'로 귀결된다.


운 좋게 한 번은 대만 편도 항공권을 6만 원에 구매한 적이 있었다. 단순히 가격만 놓고 보면 서울 부산 KTX와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였을까, 그때 난 저가 항공사라서 발생될 그 어떤 불편함도 감수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항공권이 해결되면 여행 준비의 절반은 끝난다고 보는 편이다. 그 이후는 그곳의 그날이 자연스럽게 안내해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다음, '잘 곳'

항공권이 해결되면 그다음 고민은 당연히 숙소이다. 지난 여행을 돌이켜보면 터키에서는 도시 간 이동을 심야버스로 해결하면서 숙박비를 절감하기도 했고, 혼자 여행하던 튀니지와 모로코에서는 처음 만난 현지인 집에서 묵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그날그날 흥정을 해서 방을 구했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예약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정해진 일정 없이 이동을 했기에 그날그날 숙소를 정하는 편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모로코에서 다음 여행지는 친구의 단 한마디로 독일로 정해졌다. 그리고 만하임이라는 작은 소도시에 사는 친구 집(정확히는 친구의 부모님 집)에서 무려 일주일을 머물렀다.


여행지에서 누군가의 집으로 초대를 받는다는 것은 아주 근사한 일이다. 단순히 잠을 자는 것을 넘어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여담이지만, 초대받은 집 대부분은 크고 넓었다) 그리고 초대를 받아 머무르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행 자체에 이야기가 생겨난다. 그리고 덤으로는 가난한 여행객에게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까지.

물론 이런 상황 절대 의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소중한 경험으로 남게 되는데, 나는 이러한 여행에서의 경험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과객'이라고 한다.

과객은 過客라는 한자어의 '독음 讀音'이다. 그래서 한자어를 모르면 선뜻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다만 사전에서 그 의미를 검색했을 때 한글로는 '지나가는 나그네', 영어로는 'Traveler 즉 여행객' 정도로 해석이 된다. 하지만 반대로 Traveler의 사전적 의미로는 여행자 외에 나그네, 방랑자, 유랑객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된다. 해석과 받아들이는 생각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일반적인 관광객보다는 모험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 정도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과객 過客'이라는 단어가 한자어인 만큼, 중국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추정되는데, 그 의미 또한 직역하면 '지나가는 사람' 정도로 해석이 된다. 그리고 이 단어를 알게 된 것 또한 중국에서 유명한 노래 제목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가사를 읊다 보면 대부분의 노래가 그렇듯.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의미를 품은 듯하다)


이를 내 방식대로 해석하면 "여행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눈물이 흐를 만큼 그 가치가 있는 것" 이 아닐까?라고 생각 해 봤다. 여행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추억을 쌓고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그 행위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 경험 자체가 그리운 것.


조성익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내 관점을 키우는 도시 여행법’이라는 강연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여행은 뭘까요? 전 ‘모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일상을 탈출하는 비일상. 그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감각을 얻는 여정이죠. 근데 언젠가부터 이 여행이 모험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핫플 리스트, 검증된 맛집이라는 가이드 덕에 너무 안전한 경험이 돼버렸죠. “좋다”라고 느끼기보단, “좋대”라는 말을 따라가게 된 거예요."

남들이 정해주거나 이미 다녀와서 확실히 검증된 목적지를 방문하고, 좌표만 찍는 여행에서 만족감을 얻고 SNS에서 올리는 것. 물론 이 또한 여행의 여러 방식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점만 찍는 여행에는 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여행에서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저, 적당히 만족하고 타협하는 나 자신만 남아있을 뿐이다.


여행이란 선을 긋고 이를 연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모형이 된다. 그리고 그 모형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정해진 것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독보적으로 자기만의 모형을 많이 가진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여행객 아니, 과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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