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감기 걸린 아프리카 고양이

북아프리카, 튀니지 여행

by 타이완짹슨

여행 한 줄, 사진 한 움큼 EP 24.


나는 넓은 세상을 그릇 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특히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기 전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부시맨'이라는 영화의 영향이 큰 편이었다. 그곳은 옷을 입지 앉아도 될 만큼 덥고 흑인들이 사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더 나아가 까만 피부색 또한 더운 날씨에 자연스럽게 피부가 탄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 살면 감기 따위는 걸릴 일이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지식을 진실처럼 생각했다.


나의 국민학교(하지만 초등학교로 졸업을 한) 시절 수업 시간은 늘 의문 투성이었다.

선생님은 교실 속 아이들에게 '바다 사진'을 한 장 보여주며 아래와 같이 질문하였다.

푸른 바다를 어떤 느낌이 들어요?

바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등등.

교실에 있는 아이들에게 교과서 속 바다를 표현하는 답변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몇몇이 자신 있게 '차가워요, 시원해요' 같은 뻔한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왠지 모를 주목을 받고 싶었기에 일단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저는 아빠랑 놀러 가고 싶어요"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푸른 바다를 보면 꼭 '시원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 걸까? 그 반대인 '따뜻한 느낌'이 들면 안 되는 걸까?

차가운 겨울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마음 한편은 따뜻해질 수 있는 것이고, 얼었던 내 마음이 녹는데 필요한 것이 반드시 따뜻한 햇살만은 아니니까. 1년 내내 푸른 바다일지라도 계절, 감정 상태,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에 따라서 다양한 감정이 들 수 있는 것인데 그 시절 우리의 바다는 책에서 배운 범위 내에서만 묘사할 수 있었다.


잠시 대만 이야기를 꺼내자면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한 곳이지만 기후는 한국과 전혀 달랐다. 한 여름 습도가 90%에 육박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한 여름에도 얼음이 없는 음료를 마셨고 때로는 따뜻한 차를 마시기도 했다. 이는 한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서 얼죽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문화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서 한국식 냉면을 팔면 장사가 너무 잘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냉면이 아닌 뜨거운 순두부가 더 잘 팔리고 있다.

여행은 그런 것 같다. 내가 교실이라는 일상을 반복하는 공간에서 한낱 종이로만 채우던 지식을 비워내고 새롭게 채워주는 것. 그래서 여행은 유튜브로 대리만족을 해서도 안 된다고 늘 주장하는 나.

직접 경험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때로는 직접 경험해야 채워지는 삶의 위기를 극복할 용기도 생겨나는 것 같다. 큰 위기는 작은 위기를 수십 번 수백 번 극복했던 경험 위에서 이겨낼 기반이 된다. 나는 인생의 물음표가 생길 때 늘 지난 여행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때 내가 여행할 때 마음가짐과 여행 중 얻은 깨달음의 그 출발 지점을 찾기 위해서.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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