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여행

by 타이완짹슨

여행 한 줄, 사진 한 움큼 EP 25.


그냥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행복하니까.

25번째 이야기의 배경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왔다. 여행이 이동의 연속이듯. 여행에 대한 이야기 또한 국가 혹은 대륙에 구애받지 않고 순서를 정함 없이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기억을 남기기로 했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튀르키예

14시간의 비행 끝에 이곳을 다시 찾은 이유는 이곳이 남긴 추억의 향기만큼이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육로로 국경 넘어가기'였다. 그리고 첫 번째로 선택한 곳은 불가리아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약 10시간이면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은 늘 그렇듯. 어딘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무언가를 해 보는 것에 의미를 두고 떠나는 편이다.

어둠이 짙어지는 저녁. 버스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튀르키예 내에서도 짧게는 6시간에서 길게는 16시간을 버스로 이동하였지만, 이번 일정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국경을 넘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작은 설렘과 조바심이 함께 밀려들었다.


그럼에도 버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빨리('안전보다는 빨리'가 우선이었던 시절) 도착하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자정이 지났을까? 어두웠던 버스 안이 환해졌고, 이내 누군가 들어와서 여권을 수거해 가 버렸다. (아, 이곳이 영화에서나 보던 국경이었다)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From 이스탄불 To 소피아

당연하게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국경을 통과한 버스는 밤새 달려 이른 아침 소피아에 도착하였다. 문제는 첫날부터 비가 거세게 한번 내린 흔적들이 역력했다.

<그 비는 다음날도 계속해서 내렸지만 '여행'을 멈추지는 않았다>

비가 내린 후 대개 그렇듯.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준비 한 옷이라고는 얇은 바람막이 하나뿐이어서 첫날의 기억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만큼 추웠던 기억밖에 없었다.

다행히 돌아가는 날을 기점으로 날씨가 좋아진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구름을 보고 있으니 비로소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소피아의 평온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점점 이곳에 분위기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거친 비가 지나간 후. 따뜻한 햇살이 너무 반가워서 햇살이 데워놓은 벤치에 앉아 풍경을 안주 삼아 멍을 때렸다.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오늘은 배경의 일부가 되어 풍요로운 여행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독서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음악을 듣는 사람들,

잔디를 깎는 사람들, 그림 그리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지도를 들고 있으니 느린 걸음으로 다가와 먼저 말을 걸어주는 중절모 모자를 쓴 할아버지까지.


어쩌면 내가 사람들이라는 풍경 속에서 여행이라는 헤엄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진으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순간들. 대신에 나는 그 순간들을 글로 남겨놓기로 했다.

<'흐림 후 맑음'을 경험해서 더욱 풍성해지는 여행 이야기>

선글라스를 껴도 눈이 부시던 소피아의 하늘. 하지만 전혀 얄밉지 않았던 그날의 오후를 한 없이 바라보는데, 문득 하늘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구름은 마치 내 눈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깝게만 느껴졌다. 조금만 손을 내밀면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이 솜사탕처럼 잡힐 것만 같아서 잠시 손을 머뭇 거렸지만 이내 멈추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행복하니까. 꼭 내가 가져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내 것이 될 것이라는 욕심에 손을 내밀어 실망하는 것보다는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할 줄 아는. 그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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