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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Oct 22. 2021

종교(宗敎)와 다양성(多樣性)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표지그림 출처: thehumanfront.com


이제 인종이나 성별, 나이 등과 같이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을 말하는 것에 우리는 꽤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아직은 덜 익숙하지만 중요한 다양성이 있다. 사람의 보이지 않는 면, 즉 생각이나 가치, 일하는 방식 등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인지(認知) 다양성(Cognitive Diversity)이다. 필자는 인지 다양성에 관하여 그 중요성을 자주 언급했다. 왜냐하면 다양성에서 생각과 스타일의 차이가 그 어떠한 외향적인 차이보다도 조직이나 사회생활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인지 다양성을 왜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속성들이 있고 그것들이 기업 조직이나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등을 주제로 논의해 왔다.      


그러면 한 걸음 더 나가서 사람마다 생각과 스타일의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론적으로 다양성의 범주를 설명할 때, 가치관이나 신념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을 ‘가치적 다양성(Value Diversity)’이라고도 정의한다("다양성 수준과 다양성 통합 전략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이종구, 2013).

그러면 가치관과 신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것의 원천 중 하나가 바로 종교다.      


여기서 종교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종교, 즉 교회나 사찰과 같은 장소에서 신에 대한 의식을 올리는 구체적인 행위가 있는 종교뿐 아니라, 더욱 광의의 개념으로 사람이 절대적으로 믿고 의존하는 가치나 특별한 조직 관계, 절대적 대상 등 초월적 영성을 나타내는 것을 포함한다. 종교적 신념은 주로 사람이 어렵고 힘든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제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기업 등 조직 내에서 종교 다양성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그림 : 이 연 우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는 종교적 문제를 개인사라는 이유로 언급하거나 다루는 것을 꺼린다. 그렇지만 조직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에 종교적이고 정신적인 신념이 동반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사람들의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을 상투적이거나 피상적으로 대응하면 그것이 더 큰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실상 사회 경제적 조직 안에는 종교적인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다. 2008년 미국의 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미국 직장인의 약 90%가 적어도 어느 수준의 종교적 신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The Case for Religious Diversity, Raymond B. Chiu, 2018).

하지만 높은 수준의 다양성을 제도화한 기업들도 여전히 여러 가지 이유로 종교 다양성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은 문화 다양성의 프로그램에서 종교를 다루는데 매우 피상적인 내용, 즉 종교의 역사나 전통, 의식 등의 정보 전달 수준이다.      


한편 SHRM보고서는 직장에서 종교적 편견으로 인한 불만이 지난 10년 사이에 69%나 증가했다고 전한다.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사실은 다른 다양성 문제, 즉 인종이나 민족, 성차별 문제보다도 심각한 추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마도 그 10년 사이에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면서 인간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도전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필자는 판단한다. 어쨌든 이제 종교 다양성을 다른 다양성과 유사하게 기업의 다양성 관리에 포함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출처: billtammeus.typepad.com

리더십 전문가인 레이몬드 츄(Raymond B. Chiu) 박사는 종교 다양성을 연구하면서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네 가지 경우를 제시했다. 첫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협박이나 냉대를 받을 때, 둘째는 어떤 사람과 공고했던 신뢰 관계가 붕괴되었을 때, 셋째는 미래가 불확실한 업무를 배정받았을 때, 마지막으로 상사나 리더의 무능력이 드러났을 때라고 한다.     


이렇듯 극단적 문제에 봉착하면 사람들은 종교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절대 믿음이 다르기 때문에 종교적인 대응 범위도 넓고 그 표출되는 행위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다른 종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작용하고 결국 갈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종교적 편견은 무의식적으로 대중매체나 언론 등을 통하여 잘 생기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종교 다양성을 이해하려면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리지만, 정확한 인지와 공감의 소통을 동반하면 긍정적 변화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직장이나 조직 내에서 종교적 신념과 같은 부분을 서로 공감하고 인정하면 오히려 훌륭한 팀워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레이몬드 박사는 말한다. 특히 조직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의외의 특별한 해법들이 제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지 다양성과 마찬가지로 종교 다양성으로 우리는 집단적 사고(Group think)를 탈피하거나 혁신을 위한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직원들이 조직을 더 잘 이해하고 인화와 응집력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종교 다양성이 리더십 개발에도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인생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의 일터는 다양한 사람들이 좋든 싫든 어울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거기에는 갖가지 다양성이 존재하고 서로 부딪히면서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고, 서로 배우면서 발전적 분위기로 만들 수도 있다. 다양성을 경쟁과 차별이 아닌 학습과 혁신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면, 더불어 종교와 가치, 신념과 같은 높은 수준의 다양성까지 활용한다면, 그러한 다양성 전략은 누가 뭐래도 기업의 경쟁 우위를 위한 잠재적 보고(寶庫)요 원천이 될 것이다. 나아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가교(架橋) 구실을 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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