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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Nov 02. 2024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핵심고객, 페르소나

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찾는 것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고객이나 시장이 없다면 그 제품은 의미가 없다. 저명한 스타트업 컨설팅 기업인 CBInsight의 보고서에서도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시장과 고객이 없거나, 적합하지 않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꼽고 있다1. 그렇기 때문에 유효한 시장을 찾기 위해 세분화 과정과 시장조사를 거쳐 거점시장을 발견했다. 이제는 이 거점시장에 진입해 고객을 찾아야 한다. 제품을 일방적으로 밀어 넣기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통해 최종사용자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제품을 필요로 하는 수요 고객층을 정의하고, 그들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필을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모든 최종 사용자를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목표 고객이 명확하게 정의된 뚜렷한 목표시장을 설정해야 한다.


페르소나(Persona)

이제 거점시장 내에서 최종 사용자 프로파일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최적의 잠재고객, 즉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추상적으로 정의한 목표 고객을 구체적이고 실재 인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페르소나는 마케팅에서 고객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로 사용되지만, 여기서는 스타트업 초기부터 여정을 함께하는 실재 핵심고객이자 든든한 지원자의 역할을 한다.

스타트업의 활기차고 역동적인 여정을 걷다 보면 팀 내에서 여러 가지 논쟁과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그런 때에도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 페르소나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만약 거점시장 내의 목표 고객 프로파일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면, 그 특성에 거의 일치하는 페르소나를 찾으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페르소나는 창업팀 내부에서만 공유해야 하며, 핵심고객인 페르소나가 자신이 페르소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좋다. 이는 더 나은 페르소나가 발견될 경우 유연하게 교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는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는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닌, 거점시장에서 성공할 때까지 창업팀 전원의 머릿속에 항상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적의 페르소나 선정

그러면 페르소나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여기 몇 가지 중요한 팁이 있다.

첫째, 이미 제품을 출시한 스타트업이라면 우수 고객들의 정보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예를 들어, MIT 기업가정신 센터의 빌 올렛 교수가 창업한 센스에이블 테크놀로지스는 연구소 기업으로 시작해 ‘펜텀’이라는 3D 인식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먼저 출시했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시장 진출 전에 일부 연구소 등에 제품을 납품한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여기서 최적의 페르소나를 찾을 수 있다2.

둘째, 만약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면, 직접 시장조사(Primary Market Research)에서 높은 관심을 보인 고객을 페르소나로 선정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기준은 페르소나가 스타트업의 제품에 지속적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종종 지불 의사는 없으면서 제품에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거나, 창업팀과의 관계가 가까워 지불 의사가 없는 고객을 페르소나로 선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스타트업은 시간만 낭비하게 되고, 페르소나로부터 유익한 조언이나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이는 마치 야구에서 타자가 헛스윙하는 것과 같다.


페르소나 Fact Sheet

페르소나가 선정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Fact Sheet, 즉 페르소나의 구체적인 프로파일을 작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이, 성별, 학력, 성장 과정 등 인구통계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페르소나의 성격, 취미, 라이프스타일, 두려움, 열망 등 심리적인 정보도 포함해야 한다. 또한 스타트업 제품을 통해 페르소나가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혜택도 Fact Sheet에 명시한다.

Fact Sheet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제품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우선순위(Purchasing Criteria in Prioritized Order)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페르소나가 스타트업의 제품 선택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이다. 그래서 우선순위는 페르소나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중요한 기준이어야 한다. Fact Sheet에는 이러한 우선순위를 최소 세 가지 정도 파악하고, 각각의 중요도에 맞게 적절한 척도(Weight)로 표시해 두어야 한다. 이 우선순위는 스타트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원 기술창업팀 ‘SilverSoul’ 사례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원의 창업팀 ‘SilverSoul’은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고령층 환자들을 위한 심리상담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다. 창업팀은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과거 국내 심리상담 플랫폼들이 계속 실패한 원인을 분석했는데, 대부분의 플랫폼이 기술적 편의성만을 강조하면서, 심리상담의 본질적인 접근 방식을 간과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많은 심리 상담사가 인문학적 접근을 선호하지만, 기존 플랫폼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또한, 전문성과 많은 고객을 확보한 베테랑 상담사들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내담자를 찾을 필요가 없어, 초보 상담사들이 주로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면서 상담의 질이 저하되었다. 이에 따라 ‘마인드 카페’와 같은 유명 심리상담 플랫폼들도 오프라인 상담소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SilverSoul’팀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보다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심리상담 플랫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있다.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 창업팀은 시장세분화를 진행했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학생, 30~40대 직장인, 프리랜서, 창업가, 만성질환 환자, 불치병 환자, PTSD 환자 등 다양한 세그먼트를 고려했지만, 최종적으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60~70대 고령층을 거점시장으로 설정했다. 

‘SilverSoul’ 플랫폼은 고령층 환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효과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심리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과 인문학적 접근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다. 이를 통해 만성질환을 겪는 고령층 환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음은 ‘SilverSoul’ 창업팀이 최종적으로 선정한 페르소나의 Fact Sheet이다.    

SilverSoul 페르소나의 Fact Sheet


페르소나는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목표 고객의 대표적인 인물로, 이를 제대로 설정하면 팀은 목표 고객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페르소나는 반드시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또한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페르소나의 성격, 취미, 두려움, 인생의 우선순위 등 다양한 심리적 정보를 파악하여 창업팀과 공유하고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페르소나의 제품 구매기준 우선순위를 반드시 파악해야만, 향후 스타트업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Fact Sheet으로 작성하고, 가급적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팀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결국, 페르소나는 마케팅, 영업, 수익 창출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창업팀이 성장할 때 핵심적이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The Top 12 Reasons Startups Fail’, CB Insight, 2021

2. 스타트업 바이블, Bill Aulet, 비즈니스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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