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연결을 지원하는 기계식 키보드
새 키보드를 샀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업무용 키보드는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인체공학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집에서는 평소 틈틈이 게임을 하고 있다 보니, 작년 즈음 구매한 기계식 키보드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고장이 났고, 이걸 자가 수리를 하든 서비스 센터에 보내서 정식 서비스를 받든 고쳐서 사용할까 고민을 꽤 했었지만, 그동안 사용하면서 생각의 변화가 참 많았고, 더 이상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키보드를 매우 잘 아는 고양이의 추천을 받아서 레오폴드 사의 FC900RBT PD(이하 FC900)를 구매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개봉해보면서 짧게 떠들어보고자 합니다.
패키지는 기계식 키보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므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뒷면에 기입되어있는 FC900의 주요 특징으로
1.5 mm PBT Double Shot Keycap
CHERRY MX
USB Type-C & Bluetooth 5.1
Multi Pairing
Low Profile
SOUND Absorbing PAD
TOP Face Printing
이렇게 있는데요, 다른 것보다 소리 흡수 패드가 가장 크게 기대한 부분이고, 매우 만족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오래전에는 기계식 키보드의 누르는 맛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시끄러운 클릭 소리를 매우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고, 조용한 환경에서 꽤 오랜 기간 동안 근무를 하다 보니, 크게 울려 퍼지는 타건 소리가 매우 거슬려졌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 가능한 소리가 작은 키보드를 선호했는데요, FC900은 기존에 사용하던 키보드보다 통 울림도 적고, 타건 시 소리도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작은 느낌이라 매우 괜찮았습니다.
참, 깜빡하고 색상과 축을 안 하고 넘어갈 번 했습니다. 색상은 꽤 다양하게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색상 중에서 적당히 괜찮다 싶은 가격에는 다크 블루(Dark blue) 색상밖에 없어서 이 색상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그리고 축은 그동안 리니어(Linear) 방식의 적축 또는 저소음 적축을 선호했었는데요, 이번에 다른 축도 사용해보자는 마음으로 넌 클릭(Non click) 방식의 갈축으로 구매를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타건 해보니 나름 이게 더 저한테 잘 맞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고 있습니다. 정말 이게 맞는지는 조금 더 오래 써봐야 할 것 같지만요.
구성은 투명 커버가 씌워져 있는 키보드 본체와 함께, PC와 유선 연결 시 사용하는 USB C to A 케이블, 블루투스로 사용할 때 전력을 공급할 건전지, Ctrl 키와 Caps Lock 키의 위치를 바꾸었을 때 바꾸어서 사용할 수 있는 키 캡, 청소 시 사용할 키 리무버, 마지막으로 취급 설명서 및 보증서가 있습니다.
FC900 RBT PS는 유선 연결과 블루투스 5.1을 사용한 무선 연결을 지원하고 있는 전형적인 형태의 104 키 키보드입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많은 104 키 키보드들이 숫자 키 배드 위에 다른 기능 버튼을 추가해서 소리 조절, 특정 프로그램 빠른 실행 등을 지원하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LED 인디케이터를 어디 키 사이에 작게 집어넣지만, FC900은 그런 것 없이 숫자 키 패드 위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Fn 키 누를 필요 없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 버튼에 익숙해지신 분들이라면 조금 아쉽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저같이 상태를 확인하는 것에 더 우선순위가 높으신 분들에게는 더 낫게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뒤집어서 아래를 살펴보지요, 키보드 높이 조절은 1단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많은 키보드가 2단, 나아가서 3단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쉽게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손목 건강을 위해서는 손목이 꺾이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팜레스트와 같이 사용해서 손목을 일직선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기 때문에, 책상 등에 키보드 선반(키보드 슬라이드)을 따로 부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필요 없는 부분 중 하나 이므로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뒤집었을 때 기준, 왼쪽 편으로 보면 4 bit DIP 스위치, 전원 스위치, 찔러서 사용하는 페어링 버튼이 순서대로 배치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 bit DIP 스위치는 키보드를 커스텀할 때 사용하는 스위치인데요, 1번부터 순서대로 기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Default:OFF / ON)
Left Ctrl / Caps Lock ↔ Caps Lock / Left Ctrl
Windows / Left Alt ↔ Left Alt / Windows
Windows / Fn ↔ Fn / Windows
Windows key enable / Windows key disable
보통 많은 키보드가 Fn 키와 특정 키를 같이 눌러서 조합하는 형태로 커스텀 설정을 지원한다면, 레오폴드는 DIP 스위치를 통해 제공을 하고 있는데요, 이게 조금 더 직관적으로 현재 어떤 설정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블루투스를 통한 무선 연결 시 사용하는 전원 스위치와 페어링 버튼, 전원 스위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페어링 버튼은 참 애매합니다. 가능한 페어링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는 것이 좋지만, 그래도 별도의 도구 없이 누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기기와 연결을 하기 위해 Fn 키와 함께 A, S, D, F 중 하나를 눌러 몇 번째에 할당할 것인지 선택하고 USIM 제거 핀 또는 볼펜 등을 통해 눌러주어야 하는 것은 편의성의 꽤 많이 덜어진다 생각합니다. 이게 키와 같이 위에 있거나 측면에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안 그래도 잘 볼일 없는 뒤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많이 남습니다.
건전지는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AAA 타입 건전지 2개를 사용하며, 직렬로 연결하여 3V 체계로 운용됩니다. 기본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는 건전지는 파나소닉(Panasonic)의 LR03 알카라인 건전지로 2 EA 1 PACK에 천 원 정도 하는 저가형 건전지입니다.
유선 연결은 USB C to A 케이블을 사용합니다. 키보드 중앙에 위치한 USB C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선 정리 목적으로 만들어진 홈을 이용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선을 빼서 정리가 가능합니다. 요즘 많은 키보드에서 제공해주고 있는 편의성이고, 무난한 요소 중 한 가지입니다.
다만, 한 가지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선을 옆으로 뺄 때 꺾어지는 공간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을 바로 빼는 경우면 모르겠지만, 옆으로 돌려서 빼는 경우 단자와 너무 가까운 곳에서 꺾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저대로 고정되어 조금만 반대로 꺾어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약간 들어서 조금 불안합니다.
축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넌클릭 방식을 사용하는 갈축입니다. 가벼운 키감을 선호해서 그동안 구름 타법이 가능한 적축 또는 저소음 적축 위주로 사용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갈축으로 바꾸어서 사용해보는데요, 눌렀을 때 나는 소리는 확실히 적축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부에 있는 소음 흡수 패드 덕분인지 몰라도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르는 맛에 있어서는 확실히 적축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지금 받은 이 느낌이 계속 꾸준하게 유지된다면 다음 키보드도 갈축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FC900RBT PD를 개봉하면서 가볍게 살펴보았습니다. 구매하고 어느덧 약 일주일 조금 넘은 것 같은데요, 아직까지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아 디테일하게 평을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느낌은 매우 만족스럽고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도 인체공학에서 레오폴드로 바꿀까 고민이 약간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그 키보드 사지 말고 진작에 레오폴드를 살 것을 잘못했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들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현시점에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