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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Oct 31. 2023

책을 읽다가

아이들에게 엄마란?

*정지아ㅡ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p.242-243


ㅡ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녀석이 왜 무조건 엄마 편이었는지를. 왜 할머니를 미워했는지를. 녀석은 엄마 가실 때까지 저 혼자 머리를 감아본 적이 없다. 다 커서 대학 다니는 딸 머리를 엄마는 손수 감겨주었다. 녀석은 신발도 제가 신어본 적이 없다. 엄마가 신겨주었다. 그런 엄마였다. 그런 엄마를 잃고 녀석은 아직도 새처럼  차가운 세상을 방황중이다. 영혼이라는게 있든 없든 엄마가 가장 바라는 것은 녀석의 안온과 행복이라는 것을 녀석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다.


ㅡ이 부분을 읽고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우리집 얘긴가? 했으니.

대학다니는 딸 머리를 감겨주진 않지만(둘째는 강박이 좀 있어 엄마가 감겨주는 걸 좋아하지않는다. 지 손으로 빡빡 머리카락을 뽑아내듯 감아야 성이 찬다. 대신 첫째는 매사에 대강이라 지금도 내가 가끔 감겨준다.) 드라이로 말려준다. 학교 갈 때 신발도 신겨준다.

그저 배낭을 맨 아이가 구부려 신발 신는 불편을 좀 덜어주고싶어서다.(엄마가 해준다고 나중에 신발을 못신을 리는 없을테니까 그냥 내가 무릎을 굽혀 신겨주는거다.)

즉, 아직도 아이의 생활에 내가 관여를 많이 한다는 뜻이다. 조력자로서.


그렇게 키우면 당연히 안된다는거 잘  안다.

남편에 대해 내가 불평도 종종 하지만 남편이든 아이든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나는 시키는 것보다 돕는 걸 더 잘하는 사람이라는거다.


이 글과 상관없이(이 글을 읽기 전이었으니) 얼마전에 둘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지금 엄마가 너를 굉장히 많이 (생활면에서)서포트 해주잖아. 알지? (아이ㅡ끄덕끄덕) 나중에 엄마가 이  세상에 없을 때 엄마가 너를 더이상 도와주지 못해서 너가 모든걸 직접 해야해서 힘들거 같어 아니면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심리적으로 힘들거 같어?"

"그야 당연히...심리적으로 힘들겠지..

그런 (생활적인)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 뭐.."

애교도 없고 덤덤한 스타일의 아이라

"아이 그런건 생각하기도 싫어잉~ㅠ 그런 말 하지마~~ 엄마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기 싫어~~"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낮은 목소리를 더 낮게 깔며 천천히 말하는 것을 보니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괜히 울컥해지는걸 참았더랬다.


아..난 필히 오래 살아야된다.

우리 애들이랑 오래오래 사랑 나누다 엄마의 부재를 생각하면 슬프긴 하지만 그 나눴던 사랑으로 가슴은 충만해지는, 그래서  그 사랑의 기억이 슬픔을 억누를 수 있을 때 하늘 나라로 가야겠다.

주님~제발!!!


*어제는 실로 오랜만에 그릇을 팍삭 깼다.

제대로 떨어져 산산이 부서진 유리 반찬통.

파편이 어마무시(아마 100조각 이상? ㅎ) 하게 튀었다.

딴방에서 공부하던 남편은 내  비명소리를 듣지 못해 달려오지도 않고 두 딸이 옆에 있었어서 "아무도 움직이지 마!!!(움직이면 다 죽어!!!ㅋㅋ)"

하고는 나혼자 유리 파편들을 다 치웠다.

"엄마 괜찮어?"

묻는 딸들.

"괜찮어~ 안 다쳤어~"


자기  전 둘째 방에  들렀더니 둘째가 또 묻는다.

"진짜 다친데 없어?"

힝ㅠ 감동이야!!

엄마의 안위를 계속 걱정하고 있었구나.

말로 살갑게 표현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자랄수록 엄마를 더  생각해주는게 느껴져 보람있달까? 보상을 받는거 같달까?

좋다~~~~^^**


*그림으로 표현한 어제의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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