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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안 Jun 06. 2023

아들의 김치찜

김치찌개는 언제 어느 때 먹어도 입맛을 돋게 하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다. 김치찌개는 여러 가지 주재료를 넣어 만들 수 있다, 돼지고기, 참치, 멸치 등. 그중 단연 백미는 돼지고기를 넣은 것이다. 학창시절 자취를 할 때는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멸치와 두부를 넣어 맑게 한 김치찌개를 자주 만들어 먹었다. 결혼하고 나니 점점 변하면서 진정한 어른의 입맛이 되어갔다.    

 

내가 사는 곳에는 김춘수 국수집이란 곳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게 최근 장사의 풍토라 지금까지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래전에 왜 시인의 이름을 이렇게 썼나 호기심에 들어간 가게에 라면 사리 넣은 김치찌개란 메뉴가 있었다. 보글보글 끓은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먹는 김치찌개 맛도 일품이었다.   

  

예전에는 묵은지 김치찜이라는 가게가 있어서 친구들과의 단골 모임 장소로 잡은 적이 있다. 그 집의 묵은지 김치찜에 반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투박한 옹기 항아리에 담긴 통 묵은지와 도톰한 돼지고기가 푹 잘 끓여지고 맛이 배어서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금방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졌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밥도둑 장소를 피하게 되었다. 맘껏 먹어도 소화를 잘 시키고 군살이 되지 않던 그 연령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쉬울 뿐이다.     

최근에는 집에서 가사 일을 많이 놓은 상태다. 직장에서 돌아와 책 읽고, 글 쓰고, 강의 듣고 하려면 시간 활용을 잘해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최소한의 일만 내가 하고 식구들을 부려 먹는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남편은 내가 아프면 자기도 라면을 끓여 먹고 아이들도 라면을 먹일 만큼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인물이다. 

    

다행히 아들, 딸이 다 요리를 잘한다. 막내아들이 고등학생때 처음 요리를 하면서 먹어보라고 할 때는 진짜 고역이었다. 엄마 생각한다며 꼭 해가지고 따로 챙겨두는 통에 더 고역이었다. 그랬던 막내의 요리실력이 지금은 일취월장해서 이젠 내가 물어볼 정도가 되었다. 요리의 자잘한 팁을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아들한테 얻어먹고 요리법을 여기저기 알려서 고맙단 소리를 들은 특별 김치찜을 여기에도 알린다.     


주재료는 무조건 묵은지이다. 거기에 도톰한 삼겹살 덩어리가 있어야 한다. 맘에 안 드는 사람은 다른 부위를 하면 된다. 삼겹살 덩어리를 겉이 바삭하게 노릇노릇할 정도로 굽는다. 이걸 아들은 시어링이라고 했다. 기름이 많이 나오면 좀 덜어낸다. 그 후에, 바닥에 고인 기름에 김치를 볶고 육수를 부어 끓이면 김치찌개가 된다.


김치찜으로 할 때는 김치가 통으로 되어 있으니까 볶지 않고 대신 고기를 구운 기름에 양파를 볶는다. 그리고 팬에 눌러 붙은 고기 부스러기를 잘 긁어 준 다음에 육수를 부어 김치와 함께 푹 끓인다. 아들 말에 의하면 바닥에 눌러 붙은 것을 잘 긁어 줘야 육수에 녹아 들어가 감칠맛의 바탕이 된다고 했다.


 야심한 시각에 입에 군침이 돈다. 너무 부려 먹다 보니까 두 사람이 요즘은 내게 반항을 한다. "내일은 뭐 먹을까 " 이러면 바로바로 대답이 나왔는데, "엄마가 알아서 해", "당신 맘대로 해" 이런 대답은 자기들은 꼼짝도 안 하겠다는 뜻이다. 내일은 잡아당긴 줄을 느슨하게 풀어줄 겸 묵은지 김치찜이라도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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