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유난히 출장과 야근이 잦은 달이었다. 사무실 앞에 아주 멋진 정원이 있는데도 사무실에 있느라 나무 색들이 변하는 것도 잘 모를 만큼 정신 없던 한달이었다. 일 하고 회복하는 시간도 모자른데 하물며 집 구석구석 관리하기는 또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그런 핑계로 집 청소와 분리수거에 소홀해 진 사이, 신발 여러켤레가 얽혀있는 현관은 채 버려지지 못한 플라스틱과 종이박스로 가득하다. 직접 눈으로 보고 사용해 본 후 구매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말까지 출장을 다니게 된다면 오프라인 쇼핑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맘먹고 시간을 내어 쇼핑을 하더라도 급하게 고른 탓에 만족스러운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차라리 틈틈이 온라인 쇼핑으로 맘에드는 물건을 받아보고, 혹 맘에 안들면 반품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그런데 편리한 온라인 쇼핑의 문제는 바로 엄청난 쓰레기다. 보통 종이상자 안에 종이상자가 들어있는 포장방식이 많고, 옷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비닐속에 배송되어 온다. 게다가 10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었기에, 나를 아끼는 사람들로부터 택배 선물을 받았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소중하지만 나는 이 배송으로부터 발생되는 쓰레기를 감당하기에 너무 좁은 공간에서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갖고 살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 택배 선물이 나의 가치관을 거스르기도 한다. 이번에 받은 선물 중에는 샴푸도 있었는데 나는 얼마전부터 환경을 생각하여 샴푸를 쓰지 않는 대신 샴푸비누를 쓰고있으며, 아주 만족하여 앞으로 절대 샴푸를 소비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샴푸 선물을 주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호의로 보낸 물건인데 거절할 수도 없다. 다른사람에게 주고 너는 비누를 쓰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있는것을 쓰고 더이상 사지 않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물건이 생긴 이상 내가 책임을 지려고 한다. 이번만 샴푸를 쓰고 다음부터는 더 현명한 대처방안을 고안할 생각이다.
또한 택배는 배송중 파손 위험성 등의 이유로 과잉 포장을 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바쁜 일상 중 분리수거에 시간을 쏟는 것도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물건이 많아지면 그 물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최소한의 물건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삶을 추구한다. 소중한 주말의 일부를 분리수거하는데 소비해버려 심통나서 이런 글을 쓰는것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아끼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싶다. 님아, 부디 나에게 택배를 보내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