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 끝에 시차를 겪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다. 잠이 오고 잠이 깨는 시간이 떠난 곳과 돌아온 곳의 시간 중간 어디쯤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서 점점 돌아온 곳의 시간에 적응해야 하는데, 적응하는 동안에는 시간 감각이 영 뒤죽박죽이 된다.
집에 돌아와 잠이 쏟아지는데도 억지로 참다가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시간에 잠이 들고 한밤중에 깨어 다시 책상에 앉았다. 그 바람에 아내도 덩달아 깊은 잠이 들지 못한다. 내일을 생각해서 얼른 들어와 자라고 채근하는데 나는 한 주일 건너뛰었던 성경 쓰기를 다시 붙들고 앉았다. 여느 때 같으면 한 주일 치 쓸 것을 가져갔겠지만, 그건 기쁨이 아니라 노동이 되는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그러지 않기로 했다.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를 연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 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고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너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욕을 당하면 복 있는 자로다.”
성경을 읽으며, 성경을 쓰며 늘 낯선 느낌 드는 것은 거기에 내게 해당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언급하는 고난은 그리스도를 위해 애매하게 당하는 것이거늘, 나는 지금껏 그리스도를 위해 애매하게 고난 당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늘 내 안위를 구하고 내가 꿈꾸던 것을 이루려다가 내 능력이 미치지 못해서, 그것이 바른 일이 아니어서, 실패한 결과였을 뿐이다.
언제쯤이면 그리스도를 위해 애매하게 고난 당하는 일이 생길까? 그런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오늘은 사순절 둘째 주일. 그리스도를 위해 애매하게 고난 당하는 것까지는 욕심이고, 그리스도께서 애매하게 고난 당하신 것을 묵상이라도 제대로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