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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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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Apr 10. 2024

2024.04.10 (수)

인터뷰하자는 사람들이 질문지도 주지 않아서 작가를 조르다시피 해서 질문지를 받았다. 받고 보니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뭘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인터뷰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부랴부랴 인터뷰 뼈대를 짜고 살을 입혀 한 시간짜리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냈다. 인터뷰하러 가니 작가는 없고 PD 혼자서 장비 조작하느라 쩔쩔매고 있었다. 인터뷰를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물어보는데 보내준 원고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듯했다. 게다가 스튜디오는 탁하고 목은 마르는데 마실 물조차 준비해놓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편의점에서 생수를 한 병 사가지고 돌아왔다.


짜증이 날 법한 상황이었지만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담당자 탓해서 될 일도 아니고 해서 내가 끌고 가다시피 해서 인터뷰를 마쳤다. 그러는 동안 조심한다고는 했는데 언짢은 표정이 어디 감춰졌겠나. 사실 일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도록 만든이들이 잘못이지 일하는 사람들 탓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작가나 PD 모두 이십 대 같던데, 괴팍한 노인네라고 흉보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실수할 말은 하지 않았다. 부드럽지는 않았겠지만.


칠십이 되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더라만(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아직 멀었다. 이러다가는 나이만 처먹었다는 소리 듣기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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