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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ul 10. 2024

베토벤 <피델리오 Fidelio>

혜인 아범이 2024년 평창 대관령음악제에서 연주되는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에서 돈 페르난도 역으로 출연합니다.     


베토벤은 자신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의 서곡을 거듭 개정해 모두 네 개가 되었는데요, 그중 제1판과 제2판과 제3판을 <레오노레, Leonore>라고, 최종판은 <피델리오, Fidelio>라고 부릅니다. 네 곡이나 되는 서곡 중에서 가장 널리 연주되는 건〈레오노레 서곡 제3판>으로, 오페라 1막의 마지막이나 2막의 중간 혹은 마지막에 연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페라에서는 서곡으로 최종판인 <피델리오>를 연주합니다.    


오페라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레오노레가 양심수인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출하기 위해 피델리오로 남장을 하고 고참 간수인 로코의 조수가 되어 활약하는 이야기입니다. 부부가 불의에 맞서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하늘까지 감동하게 해 열매를 맺는다는 인간 해방의 이야기이지요. <피델리오>는 독일 전통 희가극인 징슈필(Singspiel) 형식을 빌리고는 있지만, 베토벤 특유의 자유사상이 마그마처럼 분출되다가 마지막에는 오라토리오 형식의 대합창으로 폭발합니다. 마치 <합창 교향곡>의 예고편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피델리오>는 프랑스 혁명 중 파리에서 있었던 실화를 소재로 한 것입니다. 이 실화의 내막을 알고 있었던 장 니콜라 부이가 이를 대본으로 완성했고, 여기에 영감을 받은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가보와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니단도 파에르 역시 비슷한 시기에 오페라를 작곡해 무대에 올렸지만 오늘날까지 청중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건 베토벤의 <피델리오>뿐입니다.     


등장인물     


○ 플로레스탄; 테너, 피차로의 음모로 감옥에 갇힌 죄수

○ 피델리오; 소프라노, 플로레스탄의 아내인 레오노레의 가명

○ 돈 피차로; 바리톤, 사악한 교도소장

○ 로코; 베이스, 마음은 좋지만 탐욕스러운 간수장

○ 마르첼리네; 소프라노, 로코의 딸

○ 돈 페르난도베이스법무대신이자 플로레스탄의 친구

○ 하퀴노; 테너, 마르첼리네를 사랑하는 젊은 간수     


줄거리     


간수장 로코의 딸 마르첼리네를 사랑하는 젊은 간수 자퀴노는 결혼을 서두릅니다. 하지만 마르첼리네는 아버지의 조수로 새로 들어온 간수 피델리오를 마음에 두지요. 간수장 로코 역시 성실한 피델리오를 사위로 삼고 싶어 합니다. 피델리오는 당황할 수밖에요. 사실 피델리오는 레오노레라 여성인데 2년 전 체포된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출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간수로 잠입한 것입니다. 간수장의 신임을 얻은 피델리오는 지하 감방에 자기도 데리고 가달라며 간청합니다. 이때 플로레스탄을 당장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플로레스탄이 쇠사슬에 묶인 채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다가 아내 레오노레를 떠올릴 때 플로레스탄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간수장 로코와 피델리오로 분장한 레오노레가 지하 감옥으로 내려옵니다. 레오노레는 남편 플로레스탄을 알아보고는 빵 한 조각을 건넵니다. 이어서 교도소장인 돈 피차로가 내려와 플로레스탄을 죽이려 하자 레오노레는 돈 피차로에게 권총을 겨눕니다. 하지만 법무 대신이 교도소에 도착했다는 팡파르가 울리면서 플로레스탄과 레오노레는 간신히 죽음의 위기를 넘깁니다. 법무 대신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있던 수감자들을 풀어주면서 실종된 줄 알았던 친구 플로레스탄을 발견하고는 놀랍니다. 군중들은 용감하게 남편을 구해낸 여인 레오노레의 용기와 사랑을 기리고,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대합창이 울려 퍼지는 피날레 장면을 끝으로 막이 내립니다.     


[제1막]     


간수장 로코의 딸인 마르첼리네가 빨래하는데 젊은 간수 하퀴노가 마르첼리네에게 구혼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마르첼리네는 하퀴노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마음이 이미 아버지 조수로 들어온 피델리오라는 젊은이에게 쏠려있기 때문입니다. 하퀴노가 자리를 뜨자 마르첼리네는 혼자서 피델리오와 결혼하는 상상을 하며 기쁨에 젖습니다.     


아, 어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 Oh wär' ich schon mir dir vereint

https://www.youtube.com/watch?v=tMEFFkjWQKA     


새로 들어온 간수 피델리오가 등장하자 간수장인 로코는 저런 똑똑한 조수를 두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칭찬합니다. 이 모습을 본 하퀴노는 피델리오가 간수장의 마음에 들어 마르첼리네와 어떻게 해보려고 한다며 질투합니다.     


사실 간수 피델리오는 세빌리아의 귀부인인 레오노레인데, 정치범으로 수감된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간수장의 조수로 교도소에 들어온 것입니다. 간수장 로코는 그런 피델리오를 아예 사위로 생각합니다. 로코는 피델리오와 마르첼리네 두 사람에게 돈이 사랑만큼 중요하다고 충고합니다.    

 

만일 돈이 없다면 Hat man nicht auch Gold beineber

https://www.youtube.com/watch?v=YPJhMdkd_YU     


로코가 “굶주린 죄수 하나가 저 밑의 감방에 갇혀있는데”라고 중얼거리자 피델리오는 그 죄수가 혹시 사랑하는 남편인 플로레스탄이 아닌지 의심합니다. 피델리오는 로코가 감방을 순찰하는데 함께 가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비록 교도소장인 돈 피차로가 중죄인이 갇혀있는 지하 감방에는 간수장 외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로코는 피델리오를 데리고 갑니다.     


교도소 마당에 병사들이 모여 있는데 전령이 들어와 돈 피차로에게 법무대신인 돈 페르난도가 교도소를 감찰하기 위해 오고 있다고 전합니다. 정치범인 플로레스탄이 발견되면 자신이 곤란해질까 걱정한 돈 피차로는 장관이 오기 전에 플로레스탄을 처형하기로 결심합니다. 돈 피차로는 플로레스탄을 개인적으로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이 기회! Ha welch ein Augenblick

https://www.youtube.com/watch?v=CmsrhCxorVo     


돈 피차로는 부하에게 망루에 있다가 돈 페르난도가 가까이 오면 나팔을 불어 알려 달라고 말하고 로코에게 플로레스탄을 처형하라고 지시합니다. 로코가 죄수를 처형하는 것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거부하자 돈 피차로는 화를 내며 그러면 지하 감방에 무덤을 파 놓으라고 명령합니다. 자기가 직접 플로레스탄을 처형하려는 것입니다.     


자, 어서 서둘러라! Jetzt, Alter, jetzt hat es Eile!

https://www.youtube.com/watch?v=-2VgT3vjfBg     


이를 우연히 엿들은 피델리오(레오노레)는 지하 감방에 있는 정치범이 남편 플로레스탄인 것을 확신하고 비열하고 잔혹한 돈 피차로를 저주하며 남편을 구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잔혹한 인간! 어디로 그리 급하게 가는가? Abscheulicher! wo eilst du hin?

https://www.youtube.com/watch?v=o2b3OZ95jlg     


잠시 후 간수장 로코가 돌아오자 피델리오는 그에게 지하 감방에 있는 죄수들이 잠시라도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산책시키자고 부탁합니다. 밖에 나온 죄수들은 자유의 순간을 만끽합니다.     


오, 얼마나 바라던 것인가? Oh welche Lust!

https://www.youtube.com/watch?v=kdB0roPqg7Q     


피델리오(레오노레)가 남편을 찾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후 등장한 돈 피차로가 죄수들이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척 화를 내며 당장 감방으로 돌려보내라고 합니다. 돌아가는 죄수들을 보며 피델리오(레오노레)와 마르첼리네, 하퀴노가 이들을 동정하며 3중창을 부릅니다.     


고맙습니다. 따듯한 햇빛이여 Leb' wohl, du warmes Sonnenlicht

https://www.youtube.com/watch?v=W-MBDTP02CI     


로코는 자기가 할 일을 생각하고 치를 떱니다.   

  

[제2막 1장]     


어두운 지하 감방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는 플로레스탄은 사랑하는 아내 레오노라가 천사가 되어 자기를 구하러 오는 환상을 봅니다.     


하나님, 이곳은 어찌하여 이렇게 어둡나이까? Gott! welch' Dunkel hier!

https://www.youtube.com/watch?v=QZYOCJKI1i8     


절망한 플로레스탄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로코와 함께 무덤을 파기 위해 지하 감방으로 내려온 피델리오(레오노레)가 그를 보면서도 설마 플로레스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플로레스탄이 천천히 깨어나며 레오노레의 이름을 부르자 피델리오(레오노레)는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듣고 거의 정신을 잃을 뻔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자기 정체를 밝히면 안 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플로레스탄은 간수장 로코를 보자 세빌리아에 있는 아내 레오노레에게 편지를 쓰게 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리고는 물 한 모금을 부탁합니다. 피델리오(레오노레)가 빵 한 조각을 건네주면서 믿음을 잃지 말라고 속삭입니다.     


그대들은 보다 좋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Euch werde Lohn in bessern Welten

https://www.youtube.com/watch?v=NAgAueeYdSo     


잠시 후 간수장 로코가 무덤을 다 팠다는 신호를 보내자 돈 피차로가 나타납니다. 피델리오(레오노레)는 재빨리 어둠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돈 피차로는 플로레스탄을 조롱하며 단검으로 찔러 죽이려 합니다.     

그가 죽는다 Er sterbe!

https://www.youtube.com/watch?v=8gtaBWc0rTY     


이 모습을 본 피델리오(레오노레)가 권총을 들고 급히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플로레스탄의 앞을 막아서며 “그를 죽이기 전에 먼저 그의 부인부터 죽여야 할 것이오!”라고 소리칩니다. 이 말에 로코, 돈 피차로, 플로레스탄이 크게 놀랍니다. 피델리오가 레오노레였다니! 그때 망루에서 나팔 소리가 들립니다. 돈 페르난도 장관이 도착한 것입니다. 계획이 틀어진 돈 피차로와 로코가 황급히 자리를 뜨자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합니다.     


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 O namenlose Freude

https://www.youtube.com/watch?v=fna0jqL-ezo     


[제2막 2장]     


돈 페르난도 장관이 정의를 선포하자 교도소 마당을 채운 죄수들이 환호합니다. 돈 페르난도는 죽었다고 생각하는 플로레스탄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 기뻐합니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서로 친한 친구였습니다. 간수장 로코가 레오노레의 영웅적인 행동을 모두에게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렇게 되자 마르첼리나와 하퀴노는 다시 사랑을 회복합니다. 돈 피차로가 어디론가 끌려가고 돈 페르난도가 레오노레에게 열쇠를 주며 남편 플로레스탄의 쇠사슬을 직접 풀도록 한다. 모두가 감동해 소리 높여 함께 노래합니다.


돈 페르난도의 등장

https://www.youtube.com/watch?v=ht0MtJ4M100     


오 하나님이시여. 이 얼마나 귀중한 순간인가 O Gott! welch' ein Augenblick

https://www.youtube.com/watch?v=rLRMTD3eY5w     


자유를 찾은 죄수들이 “이런 아내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레오노레를 찬양하면서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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