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연 강수량이 50mm 정도에 불과한 사막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지하수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하수를 퍼내면 지하수위가 계속 내려가서 지반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지요. 당연히 지하수 개발을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합니다.
놀랍게도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사우디 최대 수출품 중 하나가 밀(wheat)이었습니다. 지하수를 퍼내서 그 물로 밀 농사를 지은 겁니다. 당연히 지하수위가 심각할 정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십 년쯤 (?) 전에 밀 농사를 금지했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밀 농사를 허용했습니다. 농민들의 민원을 견디지 못한 것이지요.
오늘 수자원농업환경부 장관이 밀 농사에 사용하는 지하수 개발을 제한한다는 규정을 발표했군요. 특별히 제재가 강화된 것 같지는 않고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지하수를 이용한 밀 농사> 자체를 금지해야 할 상황인데 말입니다. 자기들도 답답할 겁니다. 농사를 금지하려면 보상금을 줘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네요.
아래는 사우디 지하수 특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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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순환한다. 비가 내리면 지표수가 되어 바다로 흘러가거나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형성한다. 지표수와 지하수는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다시 배출되어 바다로 흘러가고, 흘러가는 동안 그리고 바다에 머무는 동안 증발해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사우디 연평균 강우량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50mm 내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우량이 1,400mm 정도이니 1/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이다. 거기에 날씨까지 뜨거워 증발량이 많다보니 지하수로 채워지는 양이 극히 적다. 게다가 인구가 늘어나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지하수 사용량은 늘어나니 지하수위는 점점 내려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강우량이 많아 물 순환이 이루어지는데 문제가 없고, 따라서 지하수 고갈이나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문제가 없는 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물 순환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계속 채워지는 지하수를 ‘재생지하수(renewable water)’라고 하고, 사우디처럼 새로 채워지지 않고 오래전 지질시대에 형성된 지하수를 ‘화석지하수(fossil water)’라고 한다. 말하자면 재생지하수는 사용해도 다시 채워지는 자원이고, 화석지하수는 채워지지 않아 사용하는 만큼 줄어드는 자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