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욱 Feb 18. 2020

백종원도 막걸리 사업 진출하나?

백종원의 막걸리집과 막걸리 산업의 본질적인 과제

막걸리, 다시 부활하기 위한 조건


막걸리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때 대일본 수출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거품이 꺼졌다'라는 오명을 쓴 막걸리지만, 최근에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바닥을 두들기며 다시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10년 만에 2억 매출에서 230억 매출을 달성한 지평 막걸리부터, 문화와 체험이 결합한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 고급 한식과 전통주를 함께 파는 한식주점,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판매 등, 기존에 없던 판로가 생긴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막걸리에 대한 시장 자체가 바꿨다는 것이다.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것이 아닌, 세분화된 주류시장 속에서 막걸리 조차도 골라마시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 밀레니엄 세대가 새로운 막걸리를 접하면서 인스타 감성 등으로 SNS에 막걸리 및 전통주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백종원 씨도 가세한 막걸리 사업

이러한 상황에서 백종원 씨도 막걸리 사업에 가세했다. 그것도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한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한 것이다. 매장명은 '막이 오름'. '막걸리가 올라간다'는 뜻과 극장에서의 '막이 올라간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작년 12월 말에 가오픈을 진행, 현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평의 (주) 우리 술과 계약,  전용 생막걸리를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서버에서 생맥주 따르듯 생막걸리가 따라지는데, 백종원 씨답게 한잔에 1,500원인 것도 이곳의 특징 중 하나이다. 특히 골목 막걸리라는 새로운 막걸리가 보였는데, 이 막걸리는, SBS 인기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한 대전 청년구단의 막걸리 전문가 박유덕 씨와 제휴하여 만든 제품이다. 100% 국산 쌀을 사용, 마일드한 맛과 톡 쏘는 청량감 둘 다 잘 잡았다는 평가다.


 '막이오름'은 새마을 식당 등의 7080의 레트로적 감성보다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울리는 콘셉트로 트렌디한 공간 구성으로 이어졌다. 전체적인 안주 가격은 수천 원 대에서 대부분 1만 원 대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막걸리 전문점의 키 콘텐츠는 다양한 막걸리

이러한 막걸리 전문점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말 그대로 막걸리이다. 전문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종~ 200 종 정도의 막걸리 및 전통주를 구비한다. 200종까지 갈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단순한 막걸리뿐만이 아닌, 약주, 청주, 증류식 소주에 한국 와인까지 다양한 지역 술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막이 오름은 지평 막걸리부터 가평 잣 막걸리, 청산녹수의 산소 막걸리, 느린 마을 막걸리 등, 총 10종류 전후의 막걸리를 판매 중이다.

다양한 신제품이 등장해야 막걸리가 산다

백종원 씨도 막걸리 사업에 참여한 것은 막걸리 업계로써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요식업계의 큰손이기도 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또 방송 및 매체를 통해 신화적으로 매출을 다시 일으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한 사람의 활약으로 산업이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다. 영업을 아무리 잘해도 제품력이 떨어지면 언젠가는 매출 하락이 이어지듯이, 막걸리 역시 질적으로 발전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질적인 발전은 무엇이 있을까? 안정적인 맛과 유통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양성이다. 이 다양성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답은 간단하다. 신제품이 많아져야 하는 것이다.


와인을 비롯한 서양의 술이 계속 부가가치 있는 술로 인정받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다. 새로운 제품이 계속 등장하면서 시장에 화제성을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와 제품이라도 계속 같은 것 밖에 없다면, 소비자는 이내 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 계절, 음용 방식, 사람, 식전주, 식후주 등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야 하며, 각 상황에 특화된 막걸리가 나와야 부가가치 있는 시장이 형성이 된다.


막걸리 양조장 스스로도 마케팅에 참여해야

또 막걸리 시장이 커지려면 양조장 스스로도 마케팅에 참여해야 한다. 10년 전의 막걸리 양조장은 마케팅이라고 할 것이 거의 없었다. 유통업체가 막걸리를 가져가면, 알아서 유통이 되고, 알아서 팔렸다. 반대로 안 팔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막걸리의 매출은 오직 대리점이라고 불리는 유통업체에 따라 결정 나는 구조가 많았다. 판로가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매출처가 다양해졌다. 특히 지역 특산주 면허를 취득한 막걸리 양조장의 경우, 인터넷 판로가 새롭게 열렸으며, 소비자와 소통을 추구하는 직판도 커져가고 있다. 유통업체에게만 의지했던 매출이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다양한 SNS 활동에도 참여해야 하며, 때로는 이슈도 생성해야 한다. 화가, 음악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예술가와의 콜라보는 전파력이 좋은 밀레니엄 세대가 관심 가지는 부분이다.


많이 팔면 판로가 사라지는 이상한 규제

이렇게 다양한 술을 만드는 업체는 지역 특산주 면허를 가진 경우가 많다. 지역 특산주는 지역의 농민 및 농민단체가 운영하는 양조장으로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해서 술을 빚어야 하는 것의 의무화되어 있다.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며 주세에 대해 50% 감면이 된다. 대부분 소규모 양조장이지만, 이러한 작은 양조장에서 개성 있고 트렌디한 막걸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 특산주 제도에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려운 규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판매 및 수량에 제한이 있다는 것인데, 발효주(막걸리, 약 청주, 과실주 등)의 경우 1년에 200kl, 증류주는 100kl만 제조 및 판매할 수 있으며, 이 양을 넘는 경우 감세혜택이 사라지며, 증류주 250kl, 발효주 500kl를 넘으면 면허 유지가 애매해진다. 1L 당 막걸리 가격이 1,000원이라면 1년 매출 2억 원, 5,000원이라고 해야 5억 원인데, 그 이상 팔리면 곤란한 상황이 오는 것이다. 


바로 이제까지 열심히 만들어 온 소비자와의 직판 루트인 인터넷 시장이 사라지게 되는 부분이다. 많이 팔게 되면 판로가 사라지니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애매한 상황이 온다. 이것은 지역 특산주뿐만이 아니다. 무형문화재, 식품명인이 빚는 정통 전통주 역시 같은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전통주를 장려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스스로의 마케팅 활동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판매시장 더욱 확대해야

물론 이러한 상황은 세상의 모든 막걸리 양조장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막걸리 양조장은 인터넷 판매 자체가 아예 허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에 의한 다양한 콘텐츠가 확산되는 시기에 인터넷으로 판매하지 못하는 것은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자전거에 축바퀴 하나 빠진 셈이다.


막걸리 및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 영역을 보다 넓혀야 이 산업이 발전한다고 본다. 현재 발효주 200KL미만, 증류 쥬 100KL미만으로 제조 판매해야 하는 부분부터 용량을 늘리고, 국산 쌀 및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다면, 인터넷 판매 허용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자국의 사케 및 지역 술을 인터넷 판매를 통해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농산물 활용 및 도시와 농촌의 소통, 그것을 통해 격차도 좁혀질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이 가장 우리 막걸리 및 전통주가 가진 가장 큰 사회적 역할이자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애주가들에게 추천하는 트렌디한 창업모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