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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teOE Mar 09. 2020

비밀은


비밀은 마치 문고리가 달린 비수와도 같아서

여닫으려 하는 순간 순진한 마음 따윈 대번에 할퀴어진다

그러면 비명소리와 함께 열려진 문 틈새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의 마음이

모래알보다 더한 입자마냥 곱게 빻여

형체를 알 수 없게 부서져 내린다


바스락 거리는 가루


그것들을 열심히 쓸어 모아 송화 틀에 담는 이가

제 마음을 꾹꾹 누른다

스스로 모양이 있는 흉을 지는 것이다


비밀은 그 모든 생채기를 먹고 자라 예쁘게 뭉쳐있다

알록달록하고 달달하며

끈적하고 향기로운 다식같이


깊은 어둠 속에서라야 가질 수 있는 티타임은

어느 감각을 상실케 한다

비밀은 하나의 감각만을 선택하게 만든다


나는 비밀을 얻음으로 사람을 얻었고

비밀을 얻으려다 사람을 잃었다

지금 나에겐 갖가지 비밀들이 남아 엉켜있다

너무 달아 벌레가 꼬인 기분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비밀을 얻지 않기 위해

나를 비밀로 만드는 것

스스로 비수가 되는 것


거대한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

어둠은 우주임을 받아들이는 것




-


사람과 사랑에 대해 지쳐있던 요즈음에

우연히 발견한 노래를 듣다, 가사 해석본을 읽다,

끄적여 본 글


이 글을 누가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비밀을 받고 그 답례로 마음 전체를 내어주었으나

신기루같이 사라지곤 하던 관계들이 제겐 종종 있었어요

그 덧없음이 참을 수 없이 역겹고 쓰라려

어쩔 줄을 모르고 주량만 늘려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간만 고생시켰다 싶기도 합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사실 관계나 일들이라는 건

의외로 아무 힘도 없는 거구나 받아들이니 편하더라구요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지금도.


문득 이런 마음을 공감할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서 끄적끄적

이 브런치는 뭔가 비밀 일기장 같은 느낌이라 주절주절.


노래가 매우 좋아요. 들어보세요


https://youtu.be/_TIPjyLFUBY


* 글 제목 이미지는 우연히 바리스타로 만난 구독자님이 주신 선물. 근래 가장 기뻤던 기억이라 두서 맞추지 않고 골라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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