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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Feb 06. 2023

내가 계속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서


회사 생활 8년 차,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위에서 시키는 일에 크게 토를 달지 않고 영혼 없이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난 주로 “영혼 리스” 직원 상태이다. 지금도 아예 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 초반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업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열변을 토해 내기도 했었다. 합당한 근거를 찾아 담당자에게 분노가 섞였지만 티가 나지 않게(라고 생각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렇지만 결론은 늘 ‘답정너’의 결과를 따라야 했던 기억이 많다. ‘싫으면 내가 내 사업 차려야지 뭐…’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가라앉히다 보니 점점 ‘오피스 영혼리스’가 되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이곳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난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고 있다. 브런치 개인 채널에서는 오롯이 주인이 나인 셈이고 무엇을 하더라도 토를 다는 사람이 없으니(댓글 제외) 마음껏 원하는 바를 펼칠 수 있다. 내게 브런치는 ‘잃어버린 나’를 되찾는 과정이다. 마치 현실에 바빠서 잊혔던 아끼는 물품을 먼지가 쌓인 상자에서 꺼내 빛을 발하게 하는 기분이랄까? 오래된 반팔 셔츠도 오랜만에 발견하면 추억이 샘솟고 세탁하여 다시 입을 수 있는 것처럼 이곳 브런치에서 내 기억이 글로 되살아 나 살아 숨쉬기를 바란다.


다시 돌아가 회사에서 왜 영혼이 없어졌을까 생각해 보니 ‘나를 살리기 위해서’로 결론 내렸다.

역설적이게도 직장에서 주어지는 일에 대해 열과 성을 내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힘은 들지라도 화가 나지 않았다. 이미 포기한 마음에 더 이상 화가 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그게 내가 회사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나만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팀 사람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도가 텄다’, ‘이제 회사 생활에 내공이 생겼다’라고도 하지만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감정 표현이 혹은 영혼이 점점 죽어간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점점 내 영혼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브런치 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점점 바닥을 향해 달려가는 나의 영혼을 되살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오늘처럼 본업으로 고된 하루를 보낸 날 저녁 깨끗하게 씻고 전기장판을 2도로 틀어놓은 따뜻한 침대에 앉아 은은한 조명과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잔잔하게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힐링이 된다. 나이가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치열하게 살아낸 하루의 끝을 은은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아마도 브런치 작가님들 중에서는 이 하얀 도화지 같은 창에 내가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을 즐기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곳 브런치에 대한 애정이 계속 남아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난 글을 쓰는 일이 좋다.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켜있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 같기도 하고 무언가 갈피 잡히지 않던 내면을 정리하는 일 같아서 마음에 든다. 마음이 복잡할 때 창문을 활짝 열고 옷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내 취향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주말 아침은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을 오래 하면서 살아내도 참 재밌는 삶이 되겠구나 생각이 드는 밤이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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