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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Dec 14. 2022

점심시간에 네일아트 하다가 울컥한 썰

있을 때 잘하자!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꽃이다. 그래서 이번엔 알차게 보내 보려고 열두 시 네일아트를 예약했다. 연말을 맞아 버건디 컬러를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난 크림 베이지가 맞는 사람인가 보다. 다시 그 색상으로 돌아간다.


샵에 예약한 시간에 맞춰 거의 도착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고객님, 제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서 쓰러졌는데 오늘 시술이 좀 어려울 거 같아요.”


“아, 그럼 오늘 예약 취소되나요? (조금 화남) 그럼 예약금 환불 처리 부탁드릴게요.”


“아 고객님, 죄송합니다. 시술이 가능한 상황이니 시간 맞춰서 오시면 네일 해드릴게요.”


예약한 시간 5분 전에 숍에서 취소 비슷하게 걸려온 전화라 당황했지만 결국 취소는 되지 않았다. 난 조금은 불편하게 네일 시술을 받으러 갔지만 이내 러블리한 성격을 가진 아티스트를 만나서 금세 기분이 풀렸다. 이럴 때 보면 나란 사람은 참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러블리한 성격을 가진 아티스트님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직업 만족도가 높아 보여서다. 12월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네일아트로 눈사람을 그려 넣었는데 재밌는 요소는 해석이었다. 일반 눈사람이 아니라 눈사람이 마치 뜨거운 날씨 때문에 녹아내리는 모습을 형상화해서 그렸는데 표정이 웃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아트를 보고 어느 고객님이 이렇게 해석했다고 한다.


“어머, 직업 만족도가 높은 눈사람이네요. 녹아내리는 순간까지도 웃고 있어요.”


난 왜 이 말이 인상 깊었는지 모르겠다. ‘직업 만족도가 높다’ 과연 나는 내 업을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누군가가 물어본다고 해도 ‘직업 만족도가 높아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본인의 직업에 대해 너무 만족한다는 아티스트님이 부러우면서도 그 직업을 찾아냈다면 정말 행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는 반려견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5살 푸들인 ‘호두’를 키우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견주였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아티스트님 말로 푸들은 사람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 나온 반려견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정확히 맞다. 우리 호두가 온 뒤로 가족들 사이도 훨씬 좋아졌고 (호두가 아주 애교가 많은 반려견이다), 웃는 날도 많아졌으며, 호두를 생각하며 웃고 힐링하고 위로와 에너지를 받는 내가 되었다.


그러다 우리가 울컥한 건 이 한마디.


“이제 반려견과의 일상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 존재가 없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맞다. 반려견은 일반적으로 20년 이내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해야 해요. 옆에 있을 때 순간순간이 아깝지 않도록 잘해줘요. 나중에 후회가 덜 되도록”


그리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 자고 있는 호두를 꼭 안아줬다.

(우리 호두는 자고 있는 자신을 괴롭혔다며 으르렁했지만)


이 글을 쓰는 나는 왜 울컥했는지 모르겠지만 결론은 반려견 호두에게 곁에 있을 때 감사하며 더 잘해주고 많이 예뻐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호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이 세상의 많은 반려동물들이 그러하기를 : )


버건디 네일과 크림 베이지 네일


반려견 호두(올해로 5살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bjw0117/33

(이 글은 조회수 40,000이 넘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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