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이 글은 작가의 서랍에 올해 2월부터 살아있었다. 실제 발행이 되기까지 4개월이 걸린 것이다.
HR(인사팀)로부터 최종 안내를 받은 시점부터 실제 실행이 되기까지 이리 오랜 시간이 필요할 줄은 몰랐다.
근 4년 동안 현 부서에 재직하면서 12명의 팀원 중 10명, 아니 거의 11명이 퇴사를 했다. 그러니 사실상 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뀐 셈이다. 원인은 ‘버티기 힘들어서’였다. 누군가는 퇴사 대신 육아휴직을 냈고, 다른 부서로 이동을 했거나, 퇴직하는 동안 나 자신은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탈출구가 없어서, 현실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버텼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 생기는 잔해물은 늘 남은 사람들이 뒤집어써야 했다. 매니저는 이해하지 않았다. 그 아래 남은 직원이 비유를 하자면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해서 탈이나 든, 시간이 없든. “I don’t care”하는 말만 내뱉었다. 아마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옆에 있는 팀원들이 좋아서였을까. 모르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맡은 업무를 최선을 다해하되, 그 많은 이야기를 되도록이면 신경 쓰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대부분 회사에서 무심했으며 말린 과일처럼 자주 마음이 메말라 있었다. 팀원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AI 같다'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어느 날은 왜 나 자신이 말린 과일처럼 메마를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봤다. 우선 현 회사에 재직한 4년이란 기간 안에 매니저가 4번 바뀌는 경험을 했다. 시니어보다 경험이 적은 주니어 시절인 나에게 결정권은 적었으며, 주관이 확고한 편도 아니어서 휘둘리는 사이에 휘둘림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에 나의 의지가 아닌 회사의 방향에 갈대처럼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싫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버거웠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나 스스로 가지려면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 그래서 타 부서로 이동하겠다고 '부서 이동' 지원을 선택했다. 면접 과정을 거쳐 결국 수락 결정을 받았다. 작년, 처음 낸 의견을 무시당한 지 1년 만에 다시 지원하여 최종 결정이 난 것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해낸 회사생활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앞으로의 인생이 기대되는 이유는 '내가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변화가 생겼고, 개인적으로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며 스스로를 믿기 때문에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아니, 적어도 책임은 질 것이다.
최근 들어 살아가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박명수 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할명수>라는 웹예능에서 이런 말을 했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정말이지 명언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어른의 말을 몇 번이고 되뇌게 되지 않을까?
'정답은 없다. 모두가 다른 선택을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좀 더 중요한 것은 선택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경험으로 배우든, 책이나 부모님께 배우든, 아니면 친구에게 배우든 방법은 상관없다. 조금씩 배우고 조금씩 발전해야 한다.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처럼 재미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재미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하고 그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해야 한다.'
-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동수 중에서 -
<어쩌다 출근>이라는 MBC 예능에서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는 명언을 쏟아낸 이동수 님의 책을 읽으면서도 또 다른 경험을 선택한 일이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찌 되었든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