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바꿔 놓은 것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가기

by 세번째 삶

글을 쓴다. 일기 숙제도 힘들어 하던 내가! 처음은 인터넷 육아 카페 활동이었다. 육아에 지쳐 있던 시절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짧은 글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형식도 내용도 상관없었다.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썼다. 시간이 흐르며 카페에만 남겨두는 것이 아쉬워 개인 블로그를 시작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며 평가받고 싶었다.


초반 나의 블로그 글을 읽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문장을 어떻게 마쳐야 할지 몰랐다. 말줄임표가 수없이 찍혀 있다. 자신 없음이 그렇게 드러나 있었다. 아무도 읽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부끄러움을 지웠다. 블로그는 나의 일기이기도 하고 여행의 기록이기도 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글쓰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질보다 양으로 쌓인 글 덕분에 적극적으로 블로그 활동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문화 활동도 했다. 연극을 보고, 영화 관람을 하고, 책을 읽고, 여행을 다녀와 후기를 썼다. 다양한 글을 쓰며 습자지처럼 바스락거리던 나의 글도 조금 무게를 갖게 되었다.


이 외에도 블로그 활동으로 얻은 것이 많다. 내가 알지 못하던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블로그가 가진 기록으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에 한 일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몇 년 전에 했던 일을 찾아보며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쌓인 날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글을 쓴 동기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쉬지 않고 써 온 글이 재산인 양 마음이 뿌듯하다. 블로그에 남겨진 글을 보며 느끼는 포만감이 원동력이 되어 계속해서 쓸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글쓰기는 껍데기만 핥는 끄적거림에서 내 안의 것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었다. 세상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내 블로그에 비친 나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블로그 활동에 한창 빠져 지낼 때, 주변 사람들에게 블로그 운영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처럼 블로그를 스마트 폰으로 할 수도 없고 컴퓨터로만 운영이 가능하던 때였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썼지? 생각해 보니 그냥 썼다. 부끄러움도 모른 채. 지금은 누구 보여주기 민망하지만, 그걸 모르고 지나왔기에 지금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처음엔 정말 아무도 읽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페이스북 팔로워와 비슷한 개념의 블로그 이웃이 차츰 생겨났고 그들에게 내 글이 읽혀진다는 부담이 생겼다. 부담과 함께 은근한 기쁨도 있었다. 그것이 나를 발전시켰을 것이다. 지금 보니 내 블로그 이웃들은 마음이 아주 넓은 분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내가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을 읽고 쓴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왜 써야 하는가와 같은 설득의 말이 아니라도 가끔 내 속을 다 쏟아 놓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글쓰기는 아주 유용하다는 것을 안다. 번듯하게 쓰는 사람은 못 되더라도 계속해서 끄적이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잘 쓰기 위해 누군가에게 읽혀야만 한다면 그것은 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바로 몇 달 전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으나 더 잘 쓰고 싶었을 것이다. 다만 드러내놓을 용기가 없었을 뿐. 나는 이전에도 누군가에게 읽혀졌다는 것을 안다. 모른 척 했던 그것이 나를 길렀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앞으로도 모른 척 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이 부끄럽지만,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진 탓이다. 그 마음을 붙잡고 나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세상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글쓰기를. 부끄러움을 넘어서는 용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