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탕진남 Sep 20. 2023

자연과 함께 하니, 사람이 자연스러워진다

여기는 발 데 누리아. 호텔과 식당 그리고 자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갈 곳도 없지만, 가로등도 없어서 8시에 해가 지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마치 원시시대를 간접 경험하는 기분이다.


이곳에 와서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 휴대폰 하지 않기다. 여기서 휴대폰 하지 않기란, 무의미한 목적 없는 휴대폰 하지 않기다. 영어 공부, 글 쓰기, 여행 계획 같이 목적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사용하되, 단순히 심심함을 때우기 위해서는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반식욜할 때, 잠 자기 전에, 밥 먹을 때 말이다. 


이전에도 그것을 잘 지키는 편이지만, 애초에 휴식을 하기 위해 발데 누리아에 왔으니 그것에 보다 더 집중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3일 차 아침이다. 


일단 하루의 시작이 고요하다. 이곳에는 호텔 말고는 아무것도 없기에 외부소음도 조명도 하나도 없다. 또한 나는 혼자 여행 온 사람이기에 내 옆에도 아무도 없다. 따라서 적막 속에 일어나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이곳은 할 것이 하나도 없다. 있는 거라고는 자연 밖에 없어서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걷는 거 말고는 할 게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삶이 굉장히 단순해진다. 무언가를 하고 어딘가를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어서 정말 좋다.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여기 와보니 그랬음을 깨닫는다.)


오늘은 아침 먹을 때 핸드폰을 두고 갔다. 급한 일도 없고,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챙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대 영양소를 기준으로 푸짐하게 밥을 먹고, 바로 자연과 함께 산책하러 나갔다. 쌀쌀하게 부는 바람, 밤에 내린 비로 젖은 잔디, 그 사이로 따스하게 몸을 데펴주는 햇살. 너무 좋아서 잠시 잔디 밭 위에 앉아서 햇살을 즐기기도 했다. 


가만 보면 이곳에 와서 하는 건 정말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반식욕을 한다. 간단하게 글을 쓰고 점심을 먹는다. 이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30분 정도 가벼운 하이킹과 근력 운동을 한다. 다시 돌아와서는 영어공부를 한다. 그러면 잠이 오는데 30분 정도 잠을 잔다. 다시 글을 쓰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유튜브 영상도 찍는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삶을 살았었는데 나를 방해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유혹도 없고, 휴대폰으로부터 불필요한 자극도 없고, 환경으로부터 방해요소도 없으니 굉장히 진정되고 차분해지면서 나 자신에게 진정으로 집중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게 여유롭게 살아도 충분히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오히려 여유로워야만 많은 것을 할 수 있는데 너무 치열한 게 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단 한 번도 휴식과 집중을 위해 어딘가로 길게 떠나본 적이 없다. 꼭 해보고 싶어 한국에서도 템플스테이도 생각했었는데, 일상 속 그럴 듯한 핑계로 항상 하지 못했었다. (그때부터 그걸 원했던 걸 보면 나도 무의식적으로 휴식이 필요 했음을 알고 있었나보다.) 그러한 이유로 발 데 누리아에 온 것이기도 하다. 남들은 비싸게 여행가서 왜 산 속에만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살면서 한 번 즘은 아름다운 환경에서 나 자신에게 몰입해보고 싶었다. 


마침내 그것을 헀고, 그것을 해보고 드는 생각은 바쁜 세상 속 수많은 자극 속 나 자신에 대한 집중력을 많이 잃어버렸었다는 생각이 든다. 힌국이든 어디든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서도 이것을 지킬 수 있는 방법과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고, 종종 이런식으로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겠다. 정말이지 삶이 단순해지고, 자연스러워진다.




작가의 이전글 꼭 책을 출판해야 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