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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탕진남 Sep 21. 2023

마음이 일렁거려서, 한국으로 돌아간다

어제 저녁에 남미 여행을 결정하고, 오늘은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다. 사실 어젯밤에 난 큰 두려움을 느끼다가 잠들었다. 남미 여행을 결정하니 나의 몸이 온몸으로 그곳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시 누웠는데, 또 다시 남미로 가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메모장을 끼고 나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해봤다.


나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나는 무엇이 그 두려움을 만들어냈는지 알아보고자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그때 내가 알게 된 건 '여행 스트레스'다. 39시간의 비행, 불안전한 치안, 여행을 위해 여행지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보븐 것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또한 오랜 여행으로 자금이 충분하지 않으니 숙소나 식비를 쓰는 것에 있어 이전만큼 자유롭지 못하게 여행해야 한다는 것 큰 스트레스였다. 경험하러 가서 돈 생각하느라 망설이고 분석하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브라질로 가는 것이었다면, 지금만큼 두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힘들기는 했어도 설렘이 가득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80일 동안 총 13개국을 여행했다. 쉬는 날 없이 항상 나를 새로운 경험에 빠뜨렸기에, 이미 충분한 여행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다. 그 상태에서 또 다른 즐거움이자 스트레스 덩어리인 남미로 가려고 하니, 두려움이 찾아온 거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 아니겠는가. 내가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여행을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 여행이 나의 행복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멈추는 게 맞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여행이 내 인생 마지막 여행도 아니며, 아직 갈 기회 널리고도 널렸기 떄문에 지금 멈추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80일 동안 쌓아온 외국에서의 경험을 하나의 안경 삼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서 여행하면서 배운 것 그 이상의 것을 배울 지도 모른다. 또한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해 책을 쓰고, 지금까지의 배움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며 또 한 단계의 도약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이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니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2일 내내 하루종일 남미 계획만 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후회 하지 않는다. 나에게 여행이란 평소에 해보지 않는 것을 하며, 나를 더 큰 존재로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나는 이틀 동안 남미 계획을 짜면서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과 같은 것을 접하면서 공부했는데, 이는 세상의 다양성과 이해도를 압도적으로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또한 즐거운 여행이었다는 말이다. 


섭섭하면서도, 편안하게 대한항공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후련하기도 하다. 이게 딱 좋은 것 같다. 어느 정도 여분을 남겨두어야지 또 다시 돌아갈 원동력이 생기지 않겠는가. 또한 항상 100% 최선을 다하면 힘들어서 정작 꾸준히 나아가지를 못한다. 조금 부족한 듯이 해야 세상을 넓게 바라볼 여유도 생기고, 다음 것을 할 힘도 있다.


한국을 돌아가면 나의 뿌리이자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추석과 오랜만에 만날 친구들과 아름다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건,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하는 것 아니겠는가. 자, 이정도면 충분히 성장했다. 한국에 돌아가 그동안 배움을 정리하고, 또 다른 무대로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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