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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나무 Nov 18. 2021

미라클 모닝이라는 허상(3)

미라클 모닝 한 달째의 감상

미라클 모닝 한 달 차에 내가 적은 글을 다시금 돌아본다. 

이미 한 달째에 많은 것들을 깨달은 모양이다.




한 달을 해보니 나의 루틴은 대략 명상 - 글 쓰며 확언과 심상화 - 독서 혹은 영어공부 정도로 자리 잡혔다. 주말을 제외하곤 휴가로 간 여행지에서도 vacation 버전으로 꾸준히 나만의 모닝 루틴을 이어갔다. 


미라클 모닝 한 달 간의 감상평은 한 마디로 

‘너무 좋아!’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길고 긴 출근길 책과 함께 한강을 건너 회사에 도착하고, 하루 업무 To Do List를 만들고, 어찌어찌 하루를 보내고, 퇴근해 저녁을 먹고 집에 누워 쉬었던 이전과 달리 

모두가 잠든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에 오로지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건 생각보다 특별한 인상을 주었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도 명상 그리고 확언과 다짐을 담은 하루 일기가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고작 한 달, 명상도 10분에서 15분 남짓일 뿐인데도 말이다.


명상은 조금이라도 생각을 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명상’을 검색하면 나오는 몇몇 영상 중 길이가 짧은 걸 아무거나 골라 틀었다. 한 달간 듣다 보니 선호하는 유튜버가 생겼다. 


사실 명상 가이드를 듣는 중에도 이런저런 상념이 떠올랐다. 회사 생각, 업무 생각, 오늘 당장 처리해야 하는 크고 작은 많은 일들. 가이드는 떠오르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흘려보내 주라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은 내가 아니다.
내가 붙들고 있지 않으면, 그들은 그저 왔다가 갈 뿐이다.
흘려보내 주자.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된 말이었다. 생각과 감정은, 내가 아니다. 비록 내 안에서 온 것일지라도. 


나는 매일 찾아오는,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떠올렸다가 보내주었다. 다음날 다시 찾아오면 맞아주고 다시, 보내주었다. 내일 찾아오면 또 인사하고 보내줄 거다. 내 관심을 못 끄는 생각은 그렇게 소멸되어 갈 거다. 결국 너도 내 안에서 오는 애니까. 


생각과 감정을 보내고 나니 평화가 찾아왔다. 거친 파도가 잦아들고, 거제의 바다처럼 잔잔한 물결만 찰랑였다. 매일 아침 쓰는 Brainy Quote(어플)에서도 좋은 문장들이 나를 찾아왔다. 


Peace is it’s own reward.
평화는 그 자체로 보상이다.
내게 찾아온 평화는 명백히 그랬다. 

고작 한 달만에 나의 내면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물론 아주 평화롭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이겠지. 


매일 글을 쓰면 사실 특별한 것 없이 비슷한 말을 많이 적게 된다. 확언이나 다짐도 결국 내 안에서 오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바는 항상 비슷하므로. 그리고 그 비슷비슷한 다짐은 매일을 시작하기 위한 무한한 힘을 준다. 사실 전혀 의식하지 못할 뿐 아무 일 없이, 아무 거리낌 없이, 아무 힘들이지 않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자 복이다. 인간은 결핍 없이는 채워져 있는 걸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걸 갖고 있다.


사실 중간중간 깨어나기 힘들었던 적이 없었을 리 없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지 않았을 리 없다. 5시 알람을 끄고 머릿속으로 온갖 변명을 다 만들어보기도 했다. 어제 야근하느라 늦게 들어왔는데, 오늘 또 야근을 해야 할 텐데, 너무 피곤할 것 같은데. 


내가 만든 아주 구체적이고 세세한 변호와 달리 한 시간 더 일찍 깬다고 하루가 특별히 더 피곤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맑고 또렷한 상태가 오래오래 유지되었다. 업무 효율도 올랐고, 기분도 상쾌했다. 


변명과 변호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다.
인간은 생각을 멈추고 그냥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하면, 하게 된다.


그리하여 2월도, 한다.

그냥 생각 없이 할 거다. 


서점에서 스치듯 보았던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에서 나온 문구를 항상 마음에 담고 산다.  

 ‘정체성 identity’이라는 말은 ‘실재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essentitas와 ‘반복적으로’를 듯하는 identidem에서 파생되었다. ‘반복된 실재’라는 말이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중에서


결국 정체성은 행위에서 나온다. 생각은 필요 없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매일 명상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 

내가 무엇이 될지는 내가, 내가 하는 행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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