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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창고 May 09. 2019

40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아파트

이름처럼, 고은 아파트 1


고은(맨션)아파트

서울시 서대문구 모래내로 453

1975.06 입주. 2개 동 총 5층 136세대          

서대문구 모래내로

화창한 5월의 햇빛이 너무 잘 어울리는 아파트가 있다.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아파트. 바로 홍제동 모래내로에 위치한 고은아파트다. 홍제동과 무악재 사이 홍제천과 연희동으로 이어지는 모래내로를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면 한쪽 길에는 신생 고층 브랜드 아파트가, 한쪽 길에는 대비되는 오래된 낮은 상가와 빌라들이 이어지고, 초등학교와 유치원도 있다. 마치 한 마을이 길을 따라 조성된 느낌이다. 길을 따라 걸으면 오래된 세월이 유추되는 목욕탕과 미용실, 분식집, 세탁소가 차례차례 나타난다. 아파트는 그 길목의 정상에 위치해있다. 고은아파트 역시 마주 보는 두 동으로 구성된 소규모 단지 상가아파트로 일부 바깥 대로를 따라 상가가 있다. 

고은아파트 전경. 왼쪽동에만 상가가 결합되어 있다.
고은아파트 중앙정원

오래된 아파트들에 방문해보면 일반적으로 기다림의 정서가 있다. 건물과 함께 나이 든 주민들은 계속 살아왔던 곳에 남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고은아파트의 정서는 그렇지 않았다.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외벽의 페인트칠은 얼마 전 새롭게 단장해 보였고, 정비, 수리 기사님들이 바쁘게 들락거리고 있었다. 또 중앙에 위치한 정원에는 잎이 푸르러진 나무와 갖가지 색색의 꽃들이 가꾸어져 있고,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니 한쪽 울타리에 서대문 ‘에너지 자립 마을’ 선정 현수막이 눈에 띈다. 집집마다 창문에 내놓은 화분들은 더욱 생기를 느끼게 해 준다. 확실히 주민들의 아파트에 대한 자부심이나,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 아파트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고은아파트는 빨간 벽돌로 외벽이 지어진 것이 외양의 큰 특징이다. 이는 앞서 서울창고가 취재했던 인왕궁아파트, 바로 앞의 광산맨숀과 같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건축사가 동일했다. 각각 입주 연도가 인왕궁아파트는 1972년, 광산맨숀 1973년, 그리고 고은아파트는 1975년으로 제일 늦게 입주하였다. 후문에 따르면, 고은아파트를 제일 나중에 지어 가장 완성도가 있었다고 한다.      

고은초등학교와 고은산

하지만 건축적 우수함을 가졌다고 해도 40년의 세월을 비껴가는 것은 쉽지 않다. 여전히 이 곳이 생기 가득한 삶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입지가 좋다. 바로 근처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그리고 교통편도 연희동, 홍제역과 버스로 가깝게 이어지는 위치다. ‘모래내로’라는 지명은 모래가 많은 홍제천을 담고 있는 것인데, 바로 근처엔 홍제천이 있다. 또한 고은아파트 이름의 유래가 된, 고은산과 안산도 함께 있어 자연환경도 좋은 편이다.

주변 상권도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길을 따라 빵집, 분식집 세탁소 등이 나란히 활성화되어 있다. 모래내로 언덕 정상에 위치해 아파트의 지하 부분은 상가로 이어지니, 자연스럽게 길을 따라 상권이 형성되는데 상가아파트라는 특색이 일조한 셈이다. 걸어 다니며 생활할 수 있는 마을이 잘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또 바로 맞은편 아파트가 개발된 것도 동네가 활성화되는데 한몫했을 것이다.

고은아파트 관리실

이런 입지적, 물리적 환경이 우선적으로 고은아파트의 ‘바래지 않음’에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창고가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관리사무실이었다. 입구에 위치해 오고 가는 주민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고, 방문객을 맞이하며, 아파트의 정비와 수리 기사님들을 책임감 있게 맞이하는 모습이 큰 인상을 주었다. 분명 이곳의 관리소장님에게 남다른 아파트에서의 존재감이 나타났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2부에서 아파트 관리소장님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글 서영

사진 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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