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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창고 Feb 25. 2019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 인터뷰 2

창동 나름의 매력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는 귀여운 표지와 달리 책을 펼치면 사진 한 장 없이 글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처음 책을 집어 든 사람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까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작가들의 추억과 그 추억 속의 맛집에 빠져들고 어느새 가장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보면 작가들의 도봉구와 창동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진다. 인터뷰 후반부에서는 책에서 볼 수 있었던 지역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서 쓴 에세이가 벌써 책 두 권 분량이다. 


Q.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창동 나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보아 창동은 짓다 만 창동역 민자역사나 창동역 고가하부, 술집 골목 등이 주는 어둡고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좀 더 나가서 놀기도 하고요. 이런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창동만의 매력 포인트를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가현 사실 쌍리단길이 쌍문동이 아니라 창동이거든요. 쌍문동과 근접한 그 쌍리단길은 젊은이들이 엄청 많이 모이고 있어요. 도봉구 주민들뿐만 아니라 강북구나 노원구에서도 많이 넘어오시고 있고. 나이 드신 분들도 예쁜 가게들이 생기니까 많이 오시더라고요. 거기도 창동이니까. 맛집으로 인해서 바뀌었어요. 

(보아 달라지는 창동?)

네 사실 거기 쌍리단길이 아니라 창리단길인데 

(봉봉 어, 황교익 같아요 전문가 같은 포스가 났습니다.)     


봉봉 최근에 젊은 분들이 가게를 하시는 게 활력을 주잖아요. 그런데 다른 지역이랑 다르게 창동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어요. 다른 공간들은 되게 기획된 느낌이 있고 뜨는 공간들이라고 하면 그것이 우후죽순 막 생겨나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가게가) 다 한 군데 모여 있지 않고 군데군데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생활 리듬이나 흐름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느낌들이 들어요. 그런 것들이 좀 뭐랄까, 종유석 같은 매력이 아닐까. 지역 내 호흡에 맞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들이 창동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올드한 느낌과 젊은 에너지가 뭔가 되게 자연스러워요. 모든 어떤 곳곳의 분위기들이. 그런 점이 참 좋지 않나.     


미음 사람마다 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확실히 느끼는 게 다를 거 같아요. 원래 강남이나 아래쪽에 살아서 강북에 올라올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러다 학교랑 일 문제 때문에 강북으로 왔을 때 처음 내렸던 역이 창동역은 아니고 이 옆의 녹천역이었거든요. 근데 거기는 뭐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진짜 시골 같아요. 처음 딱 내렸는데 '여기는.. 잘못 왔나..'

근데 그런 이미지가 처음에 박히니까 저한테 있어서 창동은 고가도로가 주는 그런 어두운 이미지보다는 되게 자연친화적이고 평화롭고 그런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소개할 때도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이런 얘기를 하게 돼요.   

  

이경 저는 창동이 옛날에 비해 급격하게 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거 같아요. 옛날에는 진짜 시골 느낌 되게 많이 났는데 요즘엔 그 플랫폼창동61이나 무중력지대도 생기고. 그래서 창동이라는 곳 자체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젊은 사람들을 유입하려고 하는 게 느껴져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전에 좀 촌스럽고 뭔가 단정치 못한 그런 모습이 더 좋긴 하지만 처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지금의 모습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발전되는 게 좋기도 하지만 좀 천천히 조금만 더 천천히 발전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학창 시절을 다 여기서 보냈으니까 창동에 친구들과의 추억이 많거든요. 왜 추억이 있었던 장소는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있잖아요.      


이렇게 평범해보이는 길이 쌍리단, 아니 창리단길이다. 그리고 이 평범한 길이 때론 가장 특별한 길이 되기도 한다.
일식 덮밥 전문점 하이쿠에서 먹은 일본식 회덮밥. 회가 쫄깃쫄깃하다.



Q. 도도봉봉은 어떤 곳인가요? 나에게 도도봉봉이란?     


미음 되게 특수한 공간인 것 같아요. 이렇게 큰 건물들이 있는 곳에서 이런 작은 서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특수한 공간이고. 그래서 이게 더 많이 알려지긴 알려져야 되는데 마음 한 켠에는 나만 아는 공간도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장님들을 생각하면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게 좋겠죠.)

(가현 걱정 말아요.. 2주 동안 3일 연속 손님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런 공간이 오랫동안 이어져 나가면 여기에 발걸음 하셨던 분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우리 집 근처에도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좋고 큰 공간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 미음님 말씀에 공감을 하는 게 여기는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같은 느낌이 있어요. 왜냐하면 여기가 밖에서 봤을 땐 간판도 없고 이런 공간에 독립서점 있을 거라고 쉽게 상상을 할 순 없잖아요. 대부분의 웬만한 독립서점들은 1층에 있거나 아니면 2층에 있더라도 약간 저기 뭔가 있을 것 같아 이런 느낌이 주는 곳들이 많은데. 여기는 사실 저도 계단 올라가면서 ‘이런 데 서점이 있다고?’ 이런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올라왔거든요. 그런데 문을 딱 열고 보니 밖에 있는 공간 하고 다른 느낌, 다른 온도의 서점이 있었고 그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여기 오면 허 사장님이 항상 차를 내려주시는데 저는 그게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의 독립서점을 가면 단골이라던가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런 서비스를 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두시거든요 대부분. 책 추천 정도는 해 주실 수 있지만 막 앉아 있다 가세요, 책 읽다가세요, 이렇게 하시는 분을 거의 저는 못 봤던 거 같아요. 그래서 여기에 와서 허 사장님이랑 얘기하다 보면 뒤에 약속이 있는데도 여기 더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러니까  책을 사고 읽으러도 오지만 사람 때문에도 오는 공간인 거 같아요.     


보아 와, 정말 공감해요. 제가 처음 쓴 글 보셨어요? (창동의 독립서점 <도도봉봉>) 제가 쓴 내용이랑 정말 완전 똑같은 거 같아요. 


  

Q. 또 책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의 책을 쓰셨나요? 소개 부탁드려요. 


봉봉 <고독한 도봉구 미식가>는 창동의 기억을 음식을 통해 보여줬다면 이번엔 장소를 통해서 보여 주는 에세이를 썼습니다. 저희 플러스 같이 오시는 한 분 더 해서 5명의 필진이 작성을 했고요. 

창동이 단조로운 공간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저희가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진 추억들이 다 곳곳에 묻어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장소를 통해서 표현하는 에세이가 될 거 같고요. 전체적으로 창동 감성이라고 할 만한 것들 표현해보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보아 제목이?) 

창동의 랜드마크인데 부제가 있습니다. 찾아봐야 해서.. 제목은 '창동의 랜드마크 에세이'구요. 부제는 '나는 창동역에서 놀았다'입니다. 사실 저는 부제로 '창동의 얄개들'을 밀었는데 사람들이 얄궂지가 않아서.. 

(이경 어 저는 좋은데요!)      


결국 '나는 창동 여기에서 놀았다'로 정해졌다.



Q 인터뷰를 마치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가현 저는 목소리를 통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단 이 분들이 다 도봉구에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서 도봉구와 관련된 더 많은 얘기들을 하고 싶긴 해요. 저희가 원래 소설을 쓰려고 모였지만 에세이는 좀, 자기가 출판을 하려고 하지 않으면 힘든데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가 썼던 글이 책으로 나온다는 게 좋거든요. 그리고 제 생각이긴 한데 점점 더 좁고 깊은 세계를 그려내는 게 사람들한테 다가가지 않을까. 그래서 소설을 각자 쓰시지만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계속 도봉구에 대한 아카이브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미음 저도 같은 맥락에서 어쨌든 공통된 주제 그리고 가장 잘 아는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좀 더 돌아보게 되기도 했고요. 또 다른 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자기 과거나 추억을 되살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 대화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자부심이나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에세이는 부담 없이 가볍게 쓸 수 있기도 하니까 이런 기회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경 저는 사실 되게 여기 오래 살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제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기회가 많이 없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글을 쓰면서 느낀 거지만 내가 진짜 도봉구를 너무 사랑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쉬고 머물다 갔으면 좋겠어요. 사실 뭐 맛집 말고도 김수영 문학관이라던가 공원 같은데도 되게 잘 조성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날 좋은 날에 앉아서 치킨 시켜 먹고 이러면 사실 멀리 나갈 필요 없이 되게 좋은 동네인데. 근데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연남동 이라던가 이런데처럼 갑자기 이렇게 되진 않았으면 좋겠는 그런 마음도 또 있기는 해요 물로 그런 일은..

(봉봉 너무 핫해지면 어떡하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너무 핫해지면 안 되는데! 그리고 저희가 각자 이야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또 좋은 의미의 축배의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예전에 예술하시는 분들은 살롱처럼 모였잖아요. 저희도 그런 느낌으로 계속 이렇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이야기를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봉봉 사실은 저도 그때 창동에서 글쓰기 모임을 한다는 게 굉장히 의아했고 궁금하기도 해서 신청을 했었던 거거든요. 그런 취지들이 잘 발전을 했던 거 같아요.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에서도 잘 보지 못했던 우리 이야기를 해 보자는 취지가 계속 발전하면서 오늘까지 온 거 같고요. 이런 취지는 분명 지역 내에 있는 수요이고 에너지인데, 이런 것들을 우리가 발견해 나가는 공간으로써 계속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동이 보여주는 새로운 매력, 플랫폼창동61과 무중력지대 도봉
이제 창동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필자의 말

창동에서 나름의 매력을 찾고 만들어 나가는 도도봉봉의 목요일 소설 쓰기 모임과의 인터뷰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연희동, 을지로 등 '힙'한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창동 나름의 매력을 찾으러 오시면 좋겠습니다. 


Editor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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