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11
모기향 얘기 좀 해볼까.
요즘 작업장은 모기천국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까만 모기가 엥 하고 달려들며 맞아준다. 작업을 시작하려 앉기 전 모기향을 한두 개 피워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여기저기 엥엥 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 녀석들, 개중에는 긴바지를 입고 있어도 바지 천을 뚫고 공격하는 녀석도 있다. 도대체 무릎 옆, 허벅지는 어떻게 물었는지 긁적이다 확인해보면 모기에 물려 있다.
보통 장마지나고부터 극성을 부리다가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면 공격성이 최고조에 달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입이 삐뚤어진다고, 날이 시원해지면 모기도 힘이 약해진다는데 그것도 옛말인가 보다. 기후가 변해서인지 모기입이 돌아가긴커녕 입이 더 빳빳하고 꼿꼿해지는지 한 번 물리면 오래가고 괴로워 우리 집은 ”가을모기 주의보“가 발령된다.
방충망도 없나, 할 수 있겠지만, 창문의 방충망은 딱히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구조이다. 작업장은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문을 활짝 열어두는 곳이다.
올해는 평년보다 좀 더 늦은 8월 중순부터 작업실에서 모기향을 피웠다. 생각해보니 내가 허리를 다치면서 한동안 작업을 못해서 늦어졌던 걸 수도 있겠다. 거의 7월 내내 쉬어야 했으니. 작업실에선 제법 은은한 향의 전자 모기향은 구경해본 적이 없다. 아주 지독한 향을 뿜어대는 뱅글뱅글 나선형의 모기향이 박스로 그득그득하다. 어릴 땐 진녹색의 모기향만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좀 더 세련된(?) 갈색이 나온다.
실제로 모기향의 효과에서도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뱅글뱅글 모기향이 온몸에, 머리카락에까지 확실히 배면 ‘아 모기가 좀 싫어하겠네’ 생각이 든다. 너무 향이 세서 퇴근 후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갈 때 민망할 정도이긴 하다. 그래도 작업장이 위치한 시골동네 모기의 위력을 알면 차라리 모기향 냄새를 감수하게 된다. 오후에 잡아놓은 약속 때문에 모기향을 피우지 않은 날엔 어김없이 팔과 다리를 사정없이 물어뜯기고 후회하곤 했으니.
누가 처음 생각했는지 이 모기향은 뱅글뱅글 돌아가는 나선형의 모양으로 타들어가면서 연기를 솔솔 피워낸다. 통으로 녹두전처럼 뭉탱이로 생겼다가는 점점 타는 면적이 커져 큰일이니 일정한 간격으로 뱅글뱅글 돌린 것이 참 기특하다. 그 덕에 포장은 꼭 두 개씩 맞물려 돌아가게 해두어 어릴 땐 그 둘을 떼어내다가 중간에 뚝뚝 분지르기도 많이 했다—사실 안 그래 본 사람 있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부러진 부분은 따로 끼워 태울 수 있게 받침에 옴폭 들어간 부분도 있으니 모기향 하나에도 참 여러가지 생각과 디자인이 들어가있구나 감탄하게 된다. 사실 요즘은—여기에도 또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건지—얽혀 있는 두 개의 모기향 떼기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하다. 조금만 돌려주면 엉킨 채 완전 분리가 되어 하나를 살살 다른 것 위 혹은 아래로 분리시키면 된다.
불이 알맞게 붙어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벌레가 싫어하겠네’ 안도되는 마음. 실제로는 모기향이 그다지 효과없다는 글을 본 적도 있으나. 모기향 주변으로 약간 뿌옇게 되는 주변 공기를 보면 제 아무리 굶주린 모기라도 이 연기 소굴에 들어오긴 싫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얀 연기가 주는 묘한 시각적 위안.
남편이 작업실이 위치한 고기동을 따 “고기동 냄새”라고 부르는 나무와 먼지, 모기향 냄새를 한아름 품고 퇴근하는 여름의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