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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숨 Sep 11. 2023

사고

2023.9.11


사고를 쳤다.


첫째의 2학기 학부모 면담일이라 부랴부랴 슬럼핑 가마를 올리고 집으로 와야 했다. 내 온몸에서 작업장에서 피운 모기향 냄새가 배어나오니 다시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오후 두시 반 정도였으니 아파트 주차장은 한산했고, 나는 신나게 차를 돌렸다. 그리고 “뻑!”  


두 칸이지만 구석 자리라 늘 한 대만 대는 그 넓은 주차자리에 후진해서 차를 들이밀며 크게 돌리니 벽 모서리에 후미등이 부딪혀 박살이 났다. 아 정말.


살다가,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란 늘 있을 수 있고. 나 안 다치고 다른 사람 안 치면 정말 다행이라지만. 대체 왜 그랬을까. 내 급한 성격과 난폭한 운전은 정말 또 이렇게 쓸데없이 돈을 쓰게 한다. 한두 번 주차한 주차장도 아닌데 대체 왜. 왜. 왜.


범퍼 부분이 좀 긁힌 거야 그렇다쳐도 후미등 커버가 박살이 났으니 아니 고칠 수가 없다. 내가 또 이 나라 경제 순환에 일조하는구나.


주차장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쪼가리들을 주섬주섬 주워오긴 했으나 파편이 좀 남긴 했다. 벽모서리 고무패킹에 박혀 있던 빨간 플라스틱 조각들까지 보니 이만하니 다행이지 싶다가도 스스로 한심해서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건, 첫째가 학교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고 선생님의 이쁨을 받는 듯 하다는 거다. 칭찬 많이 듣고 와서 기분 좋은 고슴도치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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