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18
어쩜 무식하게 여행 오면서 책 한 권 안챙겼을까.
읽든 안/못 읽든 여행 오며 책 한 권 챙기는 건 그저 보이기 위함일지라도 필수인데. 남편과 두 아이 모두 잠든 고요한 동해의 밤. 잠들지 않는 밤, 무언가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내 곁엔 핸드폰 뿐이다.
요근래 읽으며 그 기발함에 감탄하던 로알드 달의 단편집도—교유서가에서 나온 단편집 세 권 중 “맛”은 끝냈고 “헨리슈거”를 읽을 참이었다—지난 주 시아버님이 너무 좋다며 며느리도 읽어보라며 전해주신 소설집—“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도 뭐라도 가져왔어야 하는 건데. 여행 당일날 대충 챙긴 짐꾸러미엔 책 한 권 담겨 있지 않다. 아쉽다 말해봤자 덜렁대며 그냥 나온 내 탓일 뿐.
어차피 여행지에선 아이들로 정신없어 읽을 시간이 없거나 피곤해서 뻗을 거란 생각에 챙기지 않은 건지. 아무리 못읽어도 스쳐가는 몇 문장이 마음에 남는 법인데—“몇 문장이 달콤한 법인데”라고 쓰려다 오글거려 고쳐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