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끝날지도 모르는 암투병 관찰기
4월 24일.(수)
아침에 어제 전달된 의무기록자료를 보고 병원 한 곳에서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연락이 왔다.
호스피스 병동은 만실이지만 말기암 환자임을 고려해서 우선 일반병동으로 전원을 하고 순서를 기다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예정대로 예약한 시간에 그 병원 외래에서 상담을 하기로 했다.
이미 주치의는 호스피스로 가는 것을 결정하고 회송서를 작성해 놓았다.
흉수를 빼기 위해 양쪽에 달아놓은 배액관 중 좌측 부분은 이제 흉수가 거의 나오지 않아 제거하고 암이 있는 오른쪽만 남겨놓기로 했다.
그와 함께 호스피스 병원에서 요청한 말초삽입 중심정맥관(PICC)을 함께 시술하기로 해서 아버지는 다시 한번 혈관조영실로 이동을 하였다.
혈관조영실 앞에 달린 모니터에 아버지의 이름 옆에 ‘시술종료’라는 표시가 뜨는 것을 보고 병원을 나섰다.
오후에 예약해 둔 병원을 찾았다.
오늘 두 군데의 병원에서 상담을 받기로 했는데 시간이 거의 겹쳐서 다른 한 곳은 동생이 가기로 했다.
아침에 설명 들은 대로 호스피스로 입원해야 하는 환자이나 잠시 일반병동을 거쳐 호스피스로 옮기는 방법을 제안했다.
단, 이곳은 보호자가 상주하거나 개인 간병인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만만찮은 문제다.
다른 병원의 상담을 마친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병원은 마침 현재 호스피스 병동에 자리가 있고, 올해 5월부터는 호스피스 보조활동인력 운영을 시행하게 되어 보호자나 개인 간병인이 상주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한민국 공공의료 만세다.
본가에서 가장 가깝고, 버스 한 번으로 어머니가 아버지를 보러 갈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다른 곳을 더 알아볼 필요가 없어졌다.
주치의와 퇴원일정을 상의하고 전원 준비를 하면 된다.
그렇게 안심을 하고 있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맞는 건가? 맞는 거겠지?’
의료진과 함께 내린 객관적 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곧(60일 이내) 돌아가신다.’는 명제와 연명의료를 중단하신다는 당신의 결정을 전제로 그다음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마치 내가 아버지의 생사를 결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병원을 여러 군데 갔어야 했나? 아니면 혈액종양내과로 외래를 옮겨서 다시 봤어야 했나?
그렇지만 자신의 영상을 의사와 함께 본 아버지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어머니가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치료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상황이 흘러가자 이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둔 두 분은 결심대로 행동했다.
잠시나마 아버지의 의지가 약해져서 심리적인 문제로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헛똑똑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