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나무는
꽃이 지기를 기다렸다
꽃처럼 다가왔던 그 따슨 숨결들이
차갑게 돌아서는 그 순간을
꽃을 피워내는 내내
간절히 기다렸다
꽃이 진 자리
부디 측은히 바라보기를
실컷 조롱하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나무는 꽃봉오리를 열었다 닫는다
모두가 돌아선 그 자리에
누군가 다가와
나무 허리를 가만히 감싸고
꽃을 여닫느라 가쁜 숨과
숨을 맞추고
어느새 절로 돋아난 연두의 번뇌들을
어여쁘게 쓰다듬는
그 시간을, 그 누군가를
꽃을 피워내고 그 꽃이 떠나가야만
만날 수 있는,
꽃 같던 시절 내내 서러웠기에
무성한 푸른 아픔을
포근히 담아내는
그 사람을 기다리며
나무는
하릴없이
꽃을 피우고 처참히 진다
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