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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 May 03. 2020

같잖아 보이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태생에 재능 없는 사람으로 태어나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한 적이 많다. 도전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면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와야 하거늘.. 괜히 어설프게 시작했다가는 남들에게 비아냥 들을게 뻔했다. 뭣도 아닌 내가 설쳤다가 호되게 망신을 당할까 그것도 두려웠다. 나란 사람은 방어기제가 부족하여 한 번 쓴소리를 듣게 되면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능력 밖의 일이라 생각하면 상처 받기 싫어서 애초에 시작하지 못하게 됐다. 설령 시작했다 하더라도 주위의 시선이 쏟아지면 고개 숙이며 꽁무니를 빼는 바닥의 자신감이었다. 


죽음 그리고 사회적 굴욕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라고 한다. 인간은 죽음과 대등하게 굴욕이라는 놈을 지질히도 두려워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 '도전 그리고 시작'이라는 희망적인 단어조차 '있는 자들의 전유물'이 돼버렸다. '인간은 평등하고 그래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으며 결국 성취를 이룰 것'이라 현대 사회는 단언하지만 '보이지 않는 유리벽' 사이로 있는 자와 없는 자들의 간극은 자꾸만 벌어지고 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우리는 같잖은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시작은 재밌게 그리고 최대한 유치하게! 상상했던 것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리고 두렵더라도 남들의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 


'나'라는 존재의 부담감을 자진해서 받아들여야 하며 

삶에 대한 책임감을 손에 쥐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마냥 

그런 일들부터 시작해봐야 한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요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만큼 빨리 요리의 냉혹함을 맛봐야 했다. 재능이 부족했고 때문에 남들보다 느렸다. 그래서 많이 혼났으며 자책하고 좌절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꽃다운 나이부터 많이 쓰러지고 부서지며 눈물을 훔쳐야 했다. "왜 나만 이 모양인 걸까..?" 이러한 결핍을 채우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뛰어넘기 위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으며 갑절의 노력이 필요했다. 


단순 요리 외에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도전들부터 시작했다.

스무 살에는 어릴 적 로망을 채우기 위해 동네 학원에서 초등학생들과 바이엘을 치며 피아노를 배웠고, 스물 하나에는 요리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직접 원서를 접수해 첫 요리 대회에 나가봤으며, 스물둘에는 철저한 준비 끝에 장군님을 모시는 관저 요리사로, 스물셋에는 옥탑방을 구해 불특정 다수에게 음식으로 힐링을 전달하는 커뮤니터로, 스물넷에는 요리 외에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자 대외활동 마스터로, 스물다섯에는 버킷리스트였던 한식 전파를 위해 세계 여행자로, 스물여섯에는 영상 제작에 매력을 느껴 유튜버로, 스물일곱에는 지난 도전을 엮어 책을 쓰는 작가로 그리고 스물여덟이 된 지금의 나는 이 모든 복합적인 일을 동시에 하는 요리 크리에이터로 살아나가고 있다. 지금은 이뤘으니까 그럴듯해 보이지, 이루기 전에 위의 일들을 열거했다면.. 사람들은 분명 나를 같잖게 봤을 것이다. 모든 도전이 완벽하고 최대치의 결과를 내지 않았지만, 분명 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나 보니 인생의 도전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 어떠한 도전이든, 그 도전의 시작은 꿈을 향한 층계가 되고 흩어진 조각들을 맞춰줄 하나의 열쇠가 됐다. 시간이 흐른 지금 예전만큼 사람들이 나를 같잖 게 보지는 않는다. 그동안의 도전들이 모여 '지금 하는 내 이야기'에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생겼고 멋있는 도전으로 치부될 때가 예전보다 많아졌으니까.



"네가 왜 재능이 없어! 너는 지금 이룬 것들이 많잖아!"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위와 같이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나도 시작이 있었으며, 그 같잖은 시작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도전하고 극복하며 꾸준히 성장해나가는 행위 자체가 나의 재능이 되었고, 

재능의 결핍으로 돌고 돌며 개척해온 새로운 길이 어느새 나만의 무기가 되었다.


같잖아 보이는 것들의 시작은 나의 약점을 인정하게 하고 강점을 발견하게 한다. 이러한 도전의 경험이 축적되어 '자신감과 용기'를 만들고, 때론 그것이 넘쳐 밖으로 흘러나간다. 흘러나간 것들은 어느새 나를 넘어서 절망에 빠진 누군가에게 용기을 복 돋아주기도 한다. 같잖은 것들이 모이면 꽤나 괜찮아진다.


혹여 바라는 것이 있다면 너무 멀리 보지 말라고 

눈 앞에 보이는 같잖은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주눅 들지 말고 유치하게! 때론 어린아이처럼!


"네가 왜 재능이 없어? 그럼 나는? 재수 없어!"라는 소리는 

"에이.. 그게 뭐 하는 거야!"라는 비야냥이 모여 만들어진다. 


이 글조차도 같잖은 도전의 시작이다.


"에이.. 글이 이게 뭐야.. "라는 비아냥이 모여 

"네가 글쓰기에 왜 재능이 없어, 책 써라!"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같잖은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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