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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턴 Dec 27. 2018

미국에서 한국 회사를 다닌다는 것

미국도 한국도 닮지 않은 이 곳은 그냥 이 곳을 닮았다.

나름 알아주는 한국 대기업의 자회사다. 매 년 공채 시즌이면 지인 중에 서넛은 벌써 피땀 흘려가며 취준하는 곳의 계열사다. 하필 가장 바쁜 시기에 팀에 합류해서 자연스럽게 능력을 뽐내 인정받았고, 딱 나이를 먹은 만큼의 직장 경험 덕에 눈치껏 회사 생활도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은 회사에서 나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 곳의 친구들에게서 축하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야 깨달았다. 아, 축하받을 일이었구나.


그래도 내가 믿을 수 있다고 믿는(?) 동료 중에 H는 연 5년을 꾹 버텨 곧 영주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나 긴 기간을 이 곳에 있었던 거야?라고 물었더니 심플했다. 딱 한 가지, 어떤 이에게는 생존권과도 같은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 그리고 대부분의 "남아 있는" 직원들도 같은 이유로 "묶여"있는 거라고. 지금껏 그 이유가 해결되자마자 떠난 직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했다.


LA를 달리는 버스는 노동자와 거지의 냄새 자국이 깊이 배어 있다.


분명히 출근길 까지만 해도 냄새나는 버스에 앉아 미국에 있음을 몸소 실감했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문 턱만 넘으면 태평양을 건넌 듯 한국에 도착한다. 한국보다도 더 한국스러운 곳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한국에서 젊은 스타트업만 찾아다녔던 내게는 이곳이 무척 생소하다.


이유가 뭘까? 대게 윗자리에 앉아 계신 분들은 꽤 오래전 이 땅에 건너와 동료 H처럼 생존을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낸 분들이거나, 또는 그보다 이전에 그런 시기를 겪은 부모 밑에서 자란 분들이다. 그분들이 이곳의 크나큰 대륙과 기업에 자리잡기까지 어떤 나날을 보냈을지 결코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감히 그들의 방식이 잘못되었다 말하지 않는다. 만, 나와는 맞지 않구나 느낄 때가 아주 많다고는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LA에 와서는 깜짝 놀란다고 한다. 요즘 한국 시골도 이렇게 후지지는 않았다면서. 그 오래된 모습이 과연 건물이나 동네만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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