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씩 전진해 가시는 것 보니 기쁘네요.'
이틀 전, 나에게 "직장"이라는 단어보다는 "팀"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법한 회사 생활을 함께 했던 대표님을 만났다. 딱 일 년 전에 미국에 다시 오게 되었다는 카톡, 그리고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당신이 생각나 안부를 묻는다는 카톡을 보낸 게 3년 간의 연락 전부다. 대학생이나 다름없던 그때의 나를 기억하고 있을 그를 다시 만난다는 일이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마치 그간의 나를 통째로 평가받는 자리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다.
우리의 연이 정말 단순하게 나의 입사와 퇴사로 시작과 끝인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였다면 이 글을 쓰기가 좀 더 수월했을 텐데. 본사 입사로 미국행 - 비자 실패 - 한국 팀 합류 - 지사 철수로 인한 퇴사 등의 업 앤 다운이 있어 조금 드라마틱했다. 지난 모든 에피소드 속의 그와 나의 이야기를 낱낱이 할 수는 없지만 퇴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우리가 서로를 좋은 인연으로 간직하고 있음이라 믿는다.
비자 안 돼서 운 것, 지사에서 힘들었던 것 기억해요.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스스로의 힘으로 이 곳에 다시 오고 해내다니 정말 축하합니다.
잊고 있었고, 또 모르고 있었다.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지나간 나의 과거들이 마치 이 지금을 위해 존재하는 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패가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도 또 하나의 실패 정도로 여기며 모든 것들을 무시해왔다. 오만함에 눈이 가려 나의 성장을 알아보지 못했다.
'인간관계에도 티피오가 있는 것 같다'는 지인의 표현을 빌려, 미국에 온 지 딱 1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 옛 대표님을 만난 것은 참 티피오가 정확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