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과 마음
평일 낮 어떠한 계획 없이 집에 머문다. 되도록 가만히 내 집을 바라본다.
오전 11시, 책상 위로 햇볕이 들어온다. 따듯하게 내 팔을 스친다. 나를 덥힌 온기는 카펫 위로 옮겨간다. 그리곤 이내 아침에 널어놓은 빨래들 위에 머문다. 낮 시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옅은 커튼이 빛에 일렁인다.
매일 내 집에 왔으리라. 초대한 적 없지만 성실히 내 집에 머무르다 갔을 것이다. 빨래를 마르게 하고 식물을 키워냈다. 나의 것들 위에 너를 포개어 온기를 주고 흔적 없이 떠났을 것이다. 덕분에 한기를 품고 문을 열어도 집 안은 늘 아늑했다.
눈을 길게 감고 머무는 얼굴을 떠올린다. 금세 할 수 있는 일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처음 본 날도 눈을 감고 떠올렸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바로 별에게 빌었다. 성실히도 내 마음이 그에게 머물렀다. 흔적 없이 떠나왔지만 곁에 아무도 없다고 여겨지는 어느 날, 나를 포개어 네게 준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으면 좋겠다.
짧게 말하자면 그냥, 보고싶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