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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랑 Dec 08. 2019

사랑은 두 사람이 추는 춤

영화 <결혼이야기>


첫 연애는 시끌벅적했다. 같은 친구, 영역을 함께 했던 우리는 무리 중 가장 먼저 커플이 되었다. 지는 법을 모르고 이기는 방법도 닮았던 우리는 치열하게 싸웠다.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걷다가, 영화를 보다가 언쟁을 일으켰다.

나와 그는 싸우고 돌아가 식지 않은 분노를 각자의 친구들에게 토로했다. 친구는 또 다른 자아이던 시절, 죽고 못 사는 친구들을 지녔기에 내 분노가 쉽게 친구들에게 전이됐다. 그런데 친구들이 내 편을 들며 남자친구를 깎아내릴 때면 기분이 묘하게 나빴다. 모두에게 씩씩거리던 나는 친구와 남자친구, 두 세계를 분리하는 통과의례를 겪는다.

친구들은 허무해했다. 서로가 논리적이지 않다며 싸운 커플이 비논리적으로 화해하고 나타났다. 두 사람에게 전이받은 감정이 채 식지 않았는데, 당사자는 금세 달달한 분위기로 돌아와 가볍게 무효를 말했다. 그 시절을 통과하며 우리 모두는 배웠다. 내 남자친구 욕은 나만 할 수 있다는 걸, 남의 연애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세상 부질없다는 걸 그리고

사랑은 오직 두 사람만 추는 춤이란 걸.



<결혼이야기>는 만난 지 2초 만에 사랑에 빠진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며 가족으로 세계를 구축해 살다 그 세계를 파괴하고 빠져 나오는 과정을 면밀히 보여준다.


저 인간이 나에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조목조목 토해낼 수 있다. 하지만 저 사람이 가진 수 십 가지 사랑스러운 점 역시 나만 읊을 수 있는 그런 사이.



사랑은 두 사람이 시작하지만 헤어짐은 한 사람만으로도 가능하다. 이혼 절차에 변호사가 개입되고 변호사는 의뢰인과 본인의 승리를 위해 상대방의 과실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두 사람의 세계, 그 맥락 안에서 이해 가능한 많은 것들이 법의 잣대로 재단되기 시작한다. 금세 파괴적이고, 불안하며, 자식을 사랑하지 않고, 약속을 어기는 믿을 수 없는 최악의 인간들로 서술된다.

그럼에도 서로의 눈에는 덥수룩하게 긴 머리가 애처로워 보이는 애틋한 사람.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도어락 앞에 가장 먼저 전화하게 되는 사람. 울음을 터뜨릴 때면 기꺼이 안아주고 싶은 사람. 그러나 내 삶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잘 알아 불리할 때 어김없이 그곳을 공략하게 될 사람이다.



양측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더 강하고 분명하게 갈기갈기 부수어진 두 사람의 세계는 더 이상 봉합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그 파괴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집은 담보 잡히고 생활은 빠듯해진다. 시작을 알 수 없고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주도권을 잃고 타인의 업적이 되었다.



이 영화는 이런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이별로 어깃장을 놓는다면 벌어질 수 있는 일

왜 이혼을 진흙탕 싸움이라고 말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

두 사람이 추는 춤에 함부로 누군가를 끼워놓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일




Someone to hold you too close
Someone to hurt you too deep
Someone to sit in your chair
And ruin your sleep
And make you aware of being alive

Someone to need you too much
Someone to know you too well
Someone to pull you up short
And put you through hell
And give you support for being alive

Make me alive
Make me confused
Mock me with praise
Let me be used
Vary my days
But alone is alone, not alive!

Somebody hold me too close
Somebody force me to care
Somebody make me come through
I'll always be there
As frightened as you of being alive
Being alive, being alive!

Someone you have to let in
Someone whose feelings you spare
Someone who, like it or not
Will want you to share a little, a lot of being alive

Somebody crowd me with love
Somebody force me to care
Somebody make me come through
I'll always be there
Frightened as you to help us survive,
Being alive, being alive, being alive

- 영화 <결혼이야기> 'Being Alive' 가사 중




믿고 보는 애덤 드라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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