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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은 아들의 엄마라서 고마워

by 여니

머리가 너무 아프다.
눈이 너무 부었다.
코가 막혀서 목소리가 이상하다.
군대 가기 전에 그리고, 몇 년 만에 안드레아를 만나고 돌아왔다.



처음 만나는 순간,

뒤돌아보면서 눈이 마주쳤는데 나보다 2017년 이후 처음 보는 건데도 한눈에 알아보고 하나 더 놀란 건 사진만 보다가 실물이 훨씬 잘생겨서.^^ (좀 봐주세요_저도 자기 객관화가 빠른 사람이라서 이런 말 안 하는데 진짜라서) 키가 182인데, 몸이 나 반만 했다. 너무 말라서.



비싼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백화점 식당가에서 밥을 먹으며 얘기를 했다.

ㆍ아들_난 그냥 분식집 돈가스 먹어도 되는데...
ㆍ나_ 너무 오랜만에 보는 거라 너도 조용한 곳
좋아하고 엄마도 그렇고... 그냥 먹자 ㅎ
ㆍ아들_ 맛있게 먹을게.

먹고 나오는데

ㆍ아들_엄마 난 아무거나 먹어도 되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대신 자주 보자~.
ㆍ나_ 그러자.

에스컬레이터 올려다보다가, 앞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다행히 뒤에 있어서.



처음엔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날수록 눈을 마주치며 편안해졌다. 학교를 다니면서 석 달 하루 10시간 공부하면서 수능을 다시 봐서 원하는 조금 위 학교, 다른 과로 갔다고. 기가 너무 막히고 놀라서. 이제 얘기하는 것은 "햐... 심하다. 너도" 다시는 안 그러 기로 하고, 휴대폰에 있는 성적표를 쓰윽 내밀었다. 하나 빼고 올 A에 두 개는 A+.
참았다. 울컥하는 것을.



평소 지나다니다가 참 조용하고 밝고 사람 별로 없는 투썸으로 가려고 하니, "이런 곳오랜만에 가네, 스타벅스 이런 브랜드 커피숍 가지도 않고 안 마셔. 매머드 같은 곳 가거든"



커피숍에서 키오스크로 하니 내가 좀 느렸나 보다. 지가 잽싸게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자기 딴에는 엄마가 돈 쓰는 게 걸렸나 보다. 자리를 찾아서 앉았고
이런저런 얘길 했다. 아픈 곳은 없는지. 안드레아 취미는 도서관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도서관 가서 책 읽으면 마음이 편해서 좋아. (넌 어쩜 하는 말마다 엄마를 뿌듯하게 하니...)



ㆍ아들_군대 가기 전에 강아지 한 마리 몰래 사다가 아빠한테 놓고 갈까 봐. ^^ 주말마다 나랑 산책 다녔는데 집에만 있을 것 같아서. (착한 아들)



ㆍ나_안드레아가 제일 중요한 시기에 엄마의 힘듦이 시작되어서 학원 이런 거 챙겨주지 못하고 만나지도 못해서 엄마는 항상 미안해.
ㆍ아들_오히려 좋아. 더 나한테 맞는 곳을 자세히 찾고 또 찾을 수 있었잖아.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될 거 같아.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보내고 나서 돌아서자마자 뜨거운 햇볕을 따라 걸어오면서 조용히 그리고 줄줄 눈물을 흘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예전에도 그랬다. 만나고 돌아서면 그 하루는 정신이 멍했다. 그나마 지금은 옆지기가 있어서 정신을 빨리 차릴 수 있었다.


8월 18일 가기 전에 한번 더 보고 싶다.


* 오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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