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니 Feb 15. 2024

어쩌면 누구보다 눈물 많지만 강한 여자일지도.

지금 쓰는 갤럭시도 7년이 되어가지만,
예전 편하고 좋아했던 작은 아이폰 SE였을 때는 알람소리가 요란하지 않았는데 지금 갤럭시는 어떤 지.. 그런 것 잊고 산 지 오래지만 요즘은 알람 맞출 일이 잦아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남편의 표적 함암제는 정말 알람처럼 정확히..
약 먹기 두 시간 전 식사.. 그 이후 한 시간은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아침저녁으로 시간에 맞춰서 복용해야 합니다. 몇 가지 종류가 있지만 환자의 성격 환경 지병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부작용등을 고려해서 담당의사 선생님과 꼼꼼히 상의하고 결정한 약을 선택해서 표적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날생선(회) 절대 안 되고 과일도 껍질은 씻어 벗겨서 안의 것만 먹어야 하고 씨 있는 딸기 같은 것은 피하고 자몽과 어패류는 절대 금지. 카페인이 들어간 것은 모두 피하고 특히 녹차.

먼지는 물론이고 감염에 취약하니 식기류도 거의 데일 정도로 해야 합니다. 화장실 청소는 이틀에 한번,
구내염의 우려로 칫솔 치약도 신경 써야 하죠. 환기는 해야 하는데 기온차로 쉽게 감기에 노출되니 이 역시 조심해야 합니다. 뭐 이거야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리 청소는 자신 있어서 다행이지만 이곳 숙소 자체의 닦아도 닦아도 나오는 먼지와 구석구석의 찌든 때가 절 걱정스럽게 합니다. 워낙 좁고 오래된 곳이다 보니......


병 발병 전 터널 끝에서 밝음이 찾아올 때 몸도 환경도 정리가 되면 제 간절한 바람 중 하나인 스탠더드 푸들을 꼭 키우고 싶었지만 그것도 면역으로 인한 감염으로 접는 것으로.

식욕이 너무 없으니 아침 점심 저녁 중간 간식이 가장 신경이 쓰입니다. 살림을 했던 시간보다 혼자 살았던 시간이 더 많았고, 둘이 되자마자 일어난 일들로 한두 가지 반찬이라도 마트를 제대로 가서 어떠한 규모 속에서 살림이라는 생활을 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꽤 오래되어 핑계일 수도 있겠으나 남편의 식사와 먹거리에 미안하고 마음이 안 좋습니다.  

자꾸만 들러붙는 아주 작은 프라이팬과 지름 16센티 정도의 냄비 각각 하나씩만 구비되어 있어서 큰 마음먹고 아주 저렴하지만 프라이팬을 하나 샀습니다. 괜스레 뿌듯하더군요. 참.

살이 너무나 빠지고 기운이 점점 더 없으니 샤워도 버거워하는 남편. 정말 좁은 곳에서 달랑 세 번 씻겨주고 이 몹쓸 허리통증 때문에 이제는 그 마저도 남편이 괜찮다며 혼자 하죠. 대신 피부보습은 아주 중요해서 로션정도.

보호자를 쓰는 곳에 적을 사람은 내 이름 하나 이것만
너무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자괴감마저 들지만 노력해 보려 합니다.

얼마 전 새해 인사가 온 안드레아에게 군대 가는 시기가 궁금해서 얘기하다가 저는 어떤 지 묻길래 그저 괜찮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어쩌면 엄마 자신도 모르지만 강한 여자인지도 모른다고 말해주었더니 좋아하는 이모티콘을 받았습니다. 굳이 곁가지로 쓸 얘기는 아니었지만 하고 싶었던 말은 정말이지 누구보다 눈물 많지만 강한 여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아니면 단련되어 조금은 강해진 것인지도.

어제는 Valentine's Day 면서도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기도 했습니다. 카톡으로 보내온 노래가사로 대신한 글에 제대로 표현을 못했습니다.
원래 제가 말 수가 많은 편도 아니지만 더 그런 듯하여 미안하다고 바짝 마른 곰탱이 남편에게 지금 말해주고 싶습니다.

메마른 나무에도 꽃이 피고 언 땅에서도 뚫고 나오는 너도바람꽃처럼 꼿꼿하게 일어서겠습니다.
한 없이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도......



작가의 이전글 어머니의 기일에 위령기도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