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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Jun 30. 2024

세상을 살다 보면 세상 이치를 알게 된다.


일주일에서 하루 모자란 오늘(6/24)
그 뒤로도 두 번의 방문?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약 ml 수를 줄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계속 강한 고함량의 표적치료를 쓰려면 혈소판 수혈을 다시 또 해야 합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혈액병원 주사실이 붐비고 혈소판이 오는 데만 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남편 손이 얼음장 같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아가씨 때 한 차가움 했던 제 손은 따뜻해졌습니다. 그 손으로 얼음장 같은 남편의 손을 덥혀주었습니다.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고 적혈구 수치가 불안정하면 손이 차가워집니다. 아무래도 모니터 화면의 혈액 수치들을 아무 말씀 없이 보면서 탐탁지 않아하신 담당 선생님 미간의 아주 잠시 찌푸림이 신경이 쓰였던 듯합니다. 아무리 강한 남편이라지만 남편은 혈액암 중에서도 가속기이기에 그 작은 찌푸림도 눈에 들어왔을 것이고 긴장도 걱정도 되겠지요.


혈소판이 와서 수혈베드에 누울 때까지 함께 있다가 얼마 전처럼 그동안 약국을 다녀왔습니다.
새초롬하게 피어있던 꽃은 며칠사이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옆에 푸릇하기만 했던 나무에서 자그마한 하얀 꽃이 피어났습니다. 자연은 그렇게 그렇게 그 쓰임을 다하고 누군가의 눈을 밝게 해 주고 때로는 마음도 어루만져 주기도 하며 그 시간대로 흘러가고 오고 있습니다.

제발 사람의 삶도 그러면 좋으련만.


세상을 살다 보면 세상 이치를 알게 된다. 세상 이치를 알게 된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나날이 위험이 많아져 방심할 수 없게 된다.
나쓰메소우세끼 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글귀가 생각나는 날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하던 저는

찌는 듯이 더운 날씨에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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