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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 Jan 28. 2019

불안하니깐, 인싸에 집착하게 된다.

<인싸와 아싸 사이, 에드워드 호퍼>

<인싸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요즘애들은 소속 집단 내에서 인싸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마 또래집단 내에서 <인싸>라는 말을 들으면 칭찬 또는 인정받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게 아닐까?

그래서인지 미디어 등에 인싸가 되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나 또한 인싸가 되기 위해 포털에 인싸가 갖추어야 할 패션부터 아이템, 주로 쓰는 말(용어)등을 찾아보고 있었다. 

인싸가 되어야만 동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속해 있는 조직에서 핵심으로 접근이 용이할 것 같은 

그런 착각을 주는 게 아닐까? 

사실 예전에는 멋있는 <아싸>가 돼도 괜찮았는데, 

아무튼,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조직에서 버림받거나 소외되지 않고자 버둥거림이 내면에 느껴진다. 



<현대인의 자화상, 호퍼는 외롭다>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보면 하나같이 우울하다. 그림 속 인물은 무미건조함이 일상이 된 듯 생동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의 우울증을 불러내는 느낌을 준다. 텅 빈 공간 속 여성은 나와 같이 마음 한편 구멍이 뚫려있는 것 같고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이물질 같은 존재로 고립되어 보인다. 여느 요일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침실은 자궁처럼 아늑하지만, 이 아늑함이 낯설고 익숙한 것에도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은 아웃사이더를 자청하는 우리 모습과 같았다. 



<혼술, 당신의 등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지금은 일상 속 흔한 풍경인 ‘혼술’은 과거 처량함의 상징이었다. 주변과 관계를 갖지 못해 조직 밖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고, 이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 ‘혼술’이었다. 그런데 너-나-우리 모두가 관계의 절벽 속에 ‘자발적 단절’이 일상인 요즘 ‘혼술’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일까? 호퍼 그림 중 대중에 널리 알려진 나이트 호크(night hwak)는 ‘연인’ 앞에  ‘혼술’ 하는 한 남자를 쓸쓸해 보이지만, 무덤덤하면서 담대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물 뒤 녹색으로 채워진 '거리'는 이들 셋의 관계를 묘하게 '우리 모습'을 투영하게 만들었다.  


<호퍼를 통해 내 연애 사를 들춰내다>

나이트호크(night hwak)는 늦은 밤 술 한잔이 고프게 해주는 작품이다. 지친 심신을 달래줄 수 있는 술 한잔, 그리고 친구가 떠오르는 게 객지에서 일하는 내 마음을 보여준다. 손끝에서 호퍼의 마음을 읽어내고자 붓을 들었다. 대개 호퍼 작품은 50호(캔버스 크기) 이상의 큰 사이즈이다. 그 정도 규모에 자신이 없어 15호에 호퍼를 담고자 했다. 구도와 인물 배치는 여느 명화가 같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다만, 녹색에 담겨있는 우울한 고립감을 들춰내기 위해선 수많은 덧칠과 사색이 필요했다. 

그건 순해 보이는 녹색을 '밤의 여전사'로 만들어 내야 하는 느낌이랄까, 어둠에 스치듯 어둠에 이야기하듯 표현하는 게 이 그림의 매력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 겹 한 겹 캔버스 위로 녹색이 채워지면서, 한 겹 한 겹 두려움으로 덮였던 나의 연애 속살이 드러나는 게 찡한 뜨거움이 올라왔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꽁꽁 싸매야 했던 어두웠던 속내가 풀리면서 타인을 향한 막연한 불신이 점차 회복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이 된 우울, 쇼핑으로 해방되다>

‘우울’이 일상이 된 요즘, 배출할 수 있는 것은 놀이다. 그것도 소비를 통한 놀이, '쇼핑'에 집중되어 있다. 한때 호퍼 그림을 패러디해 SSG (쓱)으로 대중의 이목을 받았던 광고도 현대인의 이런 면을 자극한 게 아닐까? 

우리 내면에 갇혔던 울분을 토해내기 위해 자연스러움과 어색함, 그 사이에 무미건조한 일상 모습을 낯설게 보여주는 게 묘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대중 속에 사진 한 장을 찍어 SNS 창 위로 ‘쓱’ 내민다. 

건조함을 덮고 생기 있는 <인싸>처럼 보이기 위해... 그렇게 일상을 덮고 이상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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