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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30. 2021

사투리가 어려운 이유

토박이도 가끔은 어렵다


 나의 특기는 표준어 구사하기다. 이건 하노이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서울 경기 사람들과 만났을 때 내가 사투리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정받았다.


 하노이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거의 사투리를 쓸 일이 없지만 또 한 가지 특기로 사투리와 표준어 간의 전환이 빠른 편이다. 예를 들어 하노이 친구랑 있다가 엄마나 친구가 전화 오면 사투리로 대화하다가도 전화를 끊고 나면 다시 표준어가 나온다.


 처음 내가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느낀 건 대학 입학 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친구와 통화했을 때다.


 우리는 그렇게 사투리가 심한 편은 아니었는데 술기운이었는지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술이 좀 취했다 싶으면 표준어를 써서 놀림받기도 했다.


 이게 나는 되게 웃기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잠시 서울에 살았던 적이 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살았으니 4-5년 정도 살았나 보다. 그때는 표준어를 쓰는 게 괜히 남사스럽고 친가 외가가 다 있는 우리 동네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괜히 뚜껑이라고 할걸 '따꿍'이라는 강조된 사투리를 친구들에게 들려줬던(?) 기억이 있다.


 유년기에 사투리에 부심이 있던 내가 성인이 돼서 하는 술주정이 표준어 쓰기 라니. 자라면서 표준어가 좋아진 건지 뭔지.


 실질적인 대화로 하는 사투리는 쉬운데 글로 써진 사투리를 분별하는 것은 어렵다. 오늘 자신 있게 경상도 사투리 테스트에 응했다. 링크를 보내준 친구가 6등급인 걸 보고 난 당연히 1등급이겠지? 했는데 3등급이었다. 아무래도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는 거예요?'를 음계로 표현한 부분이 모호했는데 거기서 틀린 게 아닐까.


 한때 경상도만 구분 가능하다고 짤로 떠돌던 2에 e제곱과 e에 2 제곱인 것도 말로는 잘하겠는데 글로 표현된걸 답으로 선택하는 건 어려웠다.



 이런 문제는 솔직히 너무 옛날식 사투리라 뭐가 답인지 잘 모르겠다. 방금 다시 해보니 2등급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1등급이 아닌 게 이상하다.


 같은 경상도여도 말하는 음이 조금씩 다른 점과 ~나. ~노. 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의미들이 있어서 사투리가 어려운 게 아닐까. 가끔은 조금 거칠게 들려도 정감이 느껴지는 사투리를 알아듣고 또 내가 쓸 수도 있어서 좋다.  


 *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재미로 경상도 사투리 테스트에 응해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로 참여하시면 됩니다! *

https://ddooddoo.com/ko/games/ac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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