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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요나 Feb 27. 2019

봄, 봄, 봄.

봄아, 어서 오누나.

봄이 오는 중이다. 여기 텍사스 남부는 더운 지방이다 보니 한국보다 조금 이른 봄이 온다.

라일락 나무에 보라색 꽃이 흐드러지게 폈고 3월에는 텍사스의 꽃이라는 " 블루 보넷" 이 절정을 이를 것이다.

(이 꽃, 온 벌판에 만개한 모습 보면 정말 이쁘다.)

(사진 : 2018.3월, 블루 보넷이 한창이던 텍사스)


작년에 보고 감탄했던 블루 보넷이 벌써 길가에 피기 시작한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면 아, 봄이 오는구나. 실감하는 것처럼 이곳은 블루 보넷이 그런 아이콘이랄까.


최근에 백 야드에 씨앗과 모종을 조금 심었다. 홈디포에서 흙도 사고 씨앗도, 팔레트도 사서 심기 시작했는데

영 자라는 것이 더딘 것 같아서  HEB에서 파는 모종 화분을 한 개에 1.5불 주고 구매했다.

딸기, 고추, 토마토, 오이, 상추. 모종은 한 개씩 우선 사보았는데 과연 열매가 잘 열릴는지.

농사나 화분,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을 살리는 것에 무심하던 나는, 여전히 남편과 아이의  Small Farming을

구경만 하는 중이다.( 구경하는 재미는 매우 쏠쏠:)

(사진 :  두 사람의 정수리)


(사진 : 분무기는 모든 아이들의 장난감)


그동안 브런치 작가를 아무 생각 없이 덜컥 신청해 놓고 호기롭게 시작한 포스팅인데 어떤 주제로 엮어서 글을 올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고, 글감도 부족한 것 같고. 2주 전에 다녀온 콜로라도 자동차 여행이 너무 좋았어서 상세히 올려 보려고 계속 구상만 하고 있다. 그러다 게으름과 귀차니즘 발동으로 미루고 미루는 중이다. 어쩌면 그런 주제는 '나에게는 쓰기 싫은 주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자연에 대한 경탄과 여행에서 느끼는 소감들을 글로 엮어 내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주제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자동차 여행에 대한 글을 쓸 수도 있겠지..


어제는 날씨가 눈부시게 아름답게 좋아서 뒷마당 의자 펴고 앉아 있는데 세상, 이런 하세월이 없었다.

왜, 그냥 그런 날. 날씨 하나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아지는, '소확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뼛속까지 느끼는 순간 말이다. 별다른 이벤트도 없고 여행을 간 것도 아닌데

날씨 자체가 행복이고 선물이고 그런 날.

글조차 쓰고 싶지 않고, 그저 따뜻한 햇살에 몸을 맡기고 앉아 있는 그 순간 자체를 즐겼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날 좋은 날 나와서 우두커니 앉아 계실 때 어떤 기분이신지 조금 알겠다. ㅎㅎㅎ)

반면 오늘은 날이 흐리다. 온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공기가 무거워서 쫙 가라앉은 듯한 머리가 아프고 뒷목이 땡기려고 하는, 바람 한점 없는 스모기한 느낌의 날씨.

어제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날은 일의 능률도가 올라간다고 봐야하나.

그래서 날씨 좋은 나라보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나라에 사는 국민 생산성이 더 높은 걸라나?

날씨 좋으면 맨날 놀고만 싶잖아...


어쩌다 보니 날씨에 대해 끄적이게 되는 날이다.

날씨가 주는 행복감을,

한주에도 여러번 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텍사스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것에 대한 실감, 순간의 감정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미래에 조금 덜 행복한 순간이 오더라도, 행복했던 이 순간을 기억하면 위로가 될 것 같다. 민망하지만 '지금 나는 행복해.'라고 자랑하고도 싶다.


따뜻한 봄의 향기와 햇살이 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것들이 하나하나씩 채워지는 삶의 연속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느낌만이 남아 있는 삶일지라도.

(봄이니까 잘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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