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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요나 Mar 26. 2019

내성적인 엄마의 영어 회화(2)-영어울렁증

울렁증 극복 단계 : 관심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라

딸이 드디어 PreK 과정에 입학, 하루 세 시간이긴 하지만 자유가 주어졌다. 미국 생활 시작 6개월 만의 일이다. 그 세 시간을 무엇을 하나 싶어 학원과 문화센터 등을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다니던 피트니스에서 요가 스튜디오 수업을 꾸준히 들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이렇다 할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한 터였다. 미국에 10년을 살아도 영어 못하는 사람은 못하더라.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남들한테 고민을 토로하면 다들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해라, 많이 나가서 부딪히면서 말을 걸어봐라 등의 형식적인 이야기뿐이었다. 입을 못 떼겠는데 남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를 어떻게 하며, 말이 안 나오는데 누구한테 말을 걸겠는가. 사람마다 회화 레벨이 다르고 성향도 다 다르니 우문현답인 셈이다.


그러다 남편이 그렇게 강추하던 제2외국어 학원 다니기 가 생각이 났다.

"내가 예전에 중국에서 어학연수하던 시절에 외국인 애들을 진짜 많이 만났거든. 걔네들이랑 다니면서 회화실력이 많이 늘었어, 공통 관심사가 있는 것을 해봐 "   


미국인들보다 영어는 못하지만 그들보다 잘할 수 있는 언어가 무엇이 있을까. 중국어라면 괜찮지 않을까. 어린 시절부터 중국 영화와 음악에 꽤나 심취했던 나는 초급이긴 하지만 HSK 시험을 볼 정도로 중국어에 관심이 있었다. 15년 전쯤 상하이에 여행 가서는 잘하지도 못하는 중국어로 음식 주문도 하고 길도 묻고 다녔던.(이 때는 꽤나 적극적이었는데..)

'중국어 초급반이라면 미국들은 4 성도 매우 어려워한다 하니, 그렇다면 초급반 정도는 나도 배움에 대한 부담이 없고 선생님은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하니 영어 실력도 늘리고 친구도 사귀기에 딱 좋다.' 란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에서 중국어 학원에 간 거다. 대학에서 하는 중국어 수업이었기에 학기제로 운영이 되었고 몇 달 동안 같은 멤버들과 지낼 수 있었다.

주중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주말반을 들었는데 다들 바쁜 직장인이었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 5명. 미국인 두 명, 콜롬비아인 한 명, 필리핀인 한 명. 이 중 40대 은행원인 미국인은 나랑 그래도 코드가 잘 맞는 편이었달까. 아시안과 결혼한 분이어서인지, 나의 서툰 영어에도 잘한다 칭찬해주고, 주변의 다른 이민자들과 달리 토종 미국인으로서 멋진 발음으로 대화를, 그리고 나의 수준에 맞춰 느리게 이야기를 해줘서 리스닝 연습에 좋았다. 또 한 명 콜롬비아에서 왔다는 간호사 친구는 나에게 호감을 보였다. 한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드라마나 배우들. 한국 아이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고 한국이 너무 좋다며, 이곳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도 자주 간다고 했다. 나에게 떡볶이 레시피를 알려달라며 집에도 초대해 달라고 했다.

이 사람들과 서서히 친해졌고 다음 학기도 등록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 갑자기 중국어 선생님이 바뀌었다. 전의 선생님보다 훨씬 에너지틱하고 영어도 잘하는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다음 학기는 중국어로 수업을 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 처음부터 중국어 학습을 목표로 학교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영어도 안되는데 중국어를 말하고 있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이렇게 한 학기 동안의 중국어 수업은 끝이 났다.

중국어 수업 과정 중 Moon Cake 만들던 시간


짧게 끝난 학원 도전기. 영어 울렁증 극복에는 도움이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Yes.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사적인 공간, 사람이 많지 않아 좀 더 나를 드러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예스라 말할 수 있다. 전에 다니던 요가 스튜디오 같은 경우 30명은 족히 될 만한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 운동만 하고 가는 곳이었다. 주로 혼자 운동하고 명상하기를 좋아하는 요가라는 특성이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러나 중국어 학원은 둘둘 짝을 지어 연습을 하기도 하고, 남는 시간에 대화를 하기도 하는 등 기회가 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외국인과 말하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웠었기에 그것을 극복한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그 이후로 외국인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으니까 ;)


처음 말을 트고 사람을 사귀고 싶다면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취미에 먼저 도전하는 것이 좋다. 자신감 갖기가 가장 중요한 미션이므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수단으로 삼아 영어를 배워 보는 것이다.

요리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운동이든 나에게 익숙하고 자신 있는 취미일수록 좋단 생각이다. 처음 배우는 낯선 분야에, 그것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곳에 가면 배움에 대한 부담과 영어 스트레스까지 더해져서 금방 지치게 된다. 또한 ESL 학원과 굳이 비교하자면 영어 못하는 이민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대화가 아닌 네이티브 미국인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다는 장점도 있다.


나는 이렇게 하나의 문을 열고 첫걸음을 내디뎠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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